전국 집값이 반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에서도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집값이 이전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한 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 집값은 전주보다 0.01% 내렸다. 지난 5월 둘째 주 이후 반년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수도권 상승 폭은 0.01%로 전주(0.03%) 대비 낮아졌고, 지방은 0.04% 내려 전주(-0.03%)보다 낙폭이 커졌다.
서울 집값은 0.06% 오르면서 전주 상승 폭을 유지했다. 다만 강남권이나 신축, 재건축 등 일부 선호 단지 외에는 매물이 적체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인 노원구 집값은 0.04% 상승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전용면적 49㎡는 지난 17일 4억8200만원(9층)에 팔렸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이 단지는 지난 9월만 하더라도 4억9900만원(4층), 4억9000만원(12층) 등 5억원에 근접한 가격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른 관망세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정비사업 호재에도 불구하고 실거래가격이 주저앉고 있다.
주변 다른 아파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계동 '보람' 전용 54㎡는 지난 16일 4억77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지난 7월만 하더라도 5억원(7층)에 새 주인을 찾았고 지난달까지도 4억9000만원(10층)에 손바뀜됐지만, 결국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중계동 '중앙하이츠 전용 84㎡는 지난 12일 5억9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 7월 7억원(14층)에 비해 1억원 이상 하락한 것은 물론, 지난 5월 6억1000만원(2층)에 비해서도 2000만원 내렸다. 인근 '중계무지개' 전용 39㎡ 역시 지난 12일 3억6400만원(4층)에 매매됐는데 △3억8000만원(7월·4층) △3억7300만원(10월·5층) 등 하락세를 보였다.
상계동 개업중개사는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집값이 올랐다고 평가된 것 같다"면서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의 사정은 다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로 매수 문의가 뚝 끊긴 탓에 가격을 낮추더라도 팔리기만 하면 다행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비슷한 처지였다.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 전용 84㎡는 지난 15일 5억원(6층)에 손바뀜됐다. 3169가구 규모 도봉구 최대 재건축 단지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난 9월 5억9800만원(7층)에서 두 달 만에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인근 방학동 '우성1차' 전용 84㎡ 역시 지난 16일 4억5500만원(7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 7월 4억8250만원(12층)에서 약 2700만원 내린 액수다.
강북구 수유동 '극동' 전용 84㎡는 지난 12일 5억3000만원(11층)에 매매됐다. 한 달 전인 10월 5억5800만원(8층)보다 5800만원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은 11월 셋째 주 도봉구 집값이 0.03%, 강북구 집값은 0.01%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한편 강남 3구와 '마용성'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강남구는 개포·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15% 오르면서 서울 24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서초구는 잠원·반포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용산구는 이촌·한남동 중소형 규모 단지 위주로 각각 0.11%씩 상승했다. 마포구도 염리·용강동 신축 위주로 0.09%, 성동구는 옥수·행당동 위주로 0.08%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 역세권·신축 등 인기 단지에는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포착된다"면서도 "그 외 단지는 대출 규제에 따른 관망세 확산과 매물 적체가 발생하는 등 시장 상황은 혼조세"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0.04% 올라 전주(0.05%) 대비 상승 폭이 축소했다. 강남구가 개포·역삼동 준신축 위주로 0.11% 올랐고 중구가 신당·황학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9% 뛰었다. 강서구와 영등포구, 서초구, 노원구도 각각 0.08%씩 오름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부족이 이어지며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대출금리 인상 영향과 일부 지역 신규 입주 영향 등으로 서울 전체 상승 폭은 전주 대비 소폭 축소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