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만원짜리 캐리어 가방, 196만원짜리 밥그릇, 155만원짜리 코트…. 사람이 착용하는 것도 아닌 반려동물 용품으로 누가 살까 싶은 가격대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이다.
부유층과 일부 연예인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릴 때 명품 유모차나 목줄 등 고급스러운 반려동물 용품이 함께 나오도록 하는 게 '플렉스'(과시하는 행동)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반려동물 산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명품업체들도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고, 부유층이 '차별화 포인트'로 반려동물용 명품을 사들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선 가수 겸 배우 황민현의 반려견 패딩 점퍼가 화제가 됐다. 그는 반려견에게 명품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를 입힌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했다. 그는 “엄마가 겨울에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항상 몽클레르 패딩을 입히고 바닷가 앞에서 산책을 시킨다"고 소개했다. 몽클레르에서는 다양한 도그 패딩 제품을 판매하는데 가격은 평균 70만원대다. 어지간한 사람 의류보다 가격대가 높다.
이 같은 연예인들의 명품 반려동물 용품 과시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앞서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로제는 자신의 반려견 ‘행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주얼리 명품 브랜드 티파니앤코 목줄을 한 반려견 사진을 올렸다. 로제는 400만원대 생로랑 펫 캐리어와 50만원대 강아지 밥그릇도 소개한 적이 있다.
펜디가 판매하는 반려동물용 이동가방 가격은 300만원이 넘는다. 대형 반려견 침대도 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펜디의 이 제품들은 배우 송혜교의 반려견인 비숑프리제종 '루비'가 즐겨 사용한다. 송혜교도 SNS에 루비의 펜디 코트와 이동가방을 올린 적 있다. 루비가 걸친 명품 제품 가격을 합치면 모두 400만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반려동물 용품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게 명품업계 설명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무려 8400만원짜리 반려견 하우스를 내놨다. 루이비통의 여행용 가방과 트렁크를 개조한 것으로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로 덮인 외관 사이에 강아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도 갖췄다.
루이비통은 반려동물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 명품 브랜드다. 반려견 하우스 외에도 300만원대 물병걸이나 가죽 사발도 함께 판매 중이다. 에르메스 역시 반려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바구니를 294만원에 선보였다. 반려견 매트는 162만원, 수작업으로 만든 반려견 목줄은 120만원대에 육박한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반려견용 향수까지 출시했다. ‘페페’라는 명칭의 향수는 가격이 100㎖ 1병당 99유로(약 14만9000원)이다. 대형 패션브랜드 업체가 반려견 향수 시장에 진출한 건 돌체앤가바나가 처음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4조9731억원인 펫시장 규모는 2027년 6조5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매월 지출하는 고정 양육비도 지난해 기준 12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기준으로 152만원을 반려동물에게 투자하는 셈이다.
아이 대신 반려견을 키우는 분위기가 시장이 커지는 데 한 몫 한다. 최근엔 딩크족이 자녀 없이 맞벌이를 하며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을 칭하는 '딩콰드(DINKWAD·Double Income No Kids With A Dog)'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명품 소비층이 크게 늘고 대중화되면서 희소성이 떨어자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반려동물 명품으로 눈을 돌린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해 소비 침체가 두드러지면서 명품 시장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되레 반려동물 시장은 상승세"라면서 "2인 가족·싱글족의 증가로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으며 시장 자체도 고급화되는 추세라 프리미엄 애견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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