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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되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해고의 사유 및 절차, 근로시간, 시간외근로수당, 연차휴가 등 주요 내용 들을 상당 부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확대 적용 시 소상공인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우려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근로자의 30% 정도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전체 사업체들 중 86%가 5인 미만 사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소위 “법인(사업체) 쪼개기”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법인 내지 사업체임에도, 서류상 여러 법인 내지 사업체인 것처럼 형식적으로 나누어 각 법인 내지 사업체가 5인 미만 사업장인 것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가짜 5인 미만 의심 사업장 수는 13만8008개로, 2018년 6만8950개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법인 쪼개기' 첫 대법 판결
노동법의 적용은 형식보다는 실질을 기준으로 하므로, 이러한 법인 쪼개기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급심 판결과 노동위원회 판정 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평가되어 왔지만, 이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판결(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57876 판결)을 하였다.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협력관계나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 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 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업무의 종류, 성질, 목적, 수행방식 및 장소가 동일한지, 업무지시와 근로자의 채용, 근로조건의 결정, 해고 등 인사 및 노무관리가 조직 별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사업 주체 내지 경영진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행사되는지, 단위별 사업 활동의 내용이 하나의 사업 목적을 위하여 결합되어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운영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업무의 내용과 장소, 채용 및 인사노무관리 등 전체적인 상황에 비추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하나의 경제적·사회적 활동 단위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형식적인 법인(사업체) 쪼개기에도 불구하고 모두 하나의 사업장으로 평가되어 전체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5인 이상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도 권리 적극 주장해야
진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을 확대할 것인지 여부는 국내의 경제 및 고용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정책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법인 쪼개기를 하여 놓고 근로기준법을 따르지 않는 것은 탈법이고 위법이다.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형식적인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들로서는 사용자가 이러한 법인 쪼개기를 이용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처우를 제공하고 있지 않을 경우, 노동청 진정이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8기) 합격 후 15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10년간 법무법인(유) 광장 노동팀에서 근무 후 법무법인(유) 율촌 노동팀에 지난 2019년 합류하였다. 징계/해고/임금/불법파견/근로자성 등에 관한 전통적인 노동 송무 및 자문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M&A Deal의 HR 부문에도 다수 관여하였고, 외국기업의 자문·송무도 주요 업무로서 수행하여 왔다. 또한 성희롱/괴롭힘 사건, 노조 및 쟁의행위 대응 업무, 프로젝트 업무(유연근무제 도입, 불법파견 점검, PMI 등), HR 측면의 개인정보 이슈 등에도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