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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풀고 있는 중국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부동산 시장 등에서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다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실탄’을 아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10%, 5년 만기 LPR을 연 3.60%로 각각 결정했다. 전월과 동일하다. 로이터통신이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달 LPR이 동결될 것이란 답변이 많았다. LPR은 매월 20개 주요 상업은행의 금리를 취합해 결정한다. 5년 만기 LPR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1년 만기 LPR은 신용대출 등 일반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쓰인다.
인민은행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지난 9월 말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낮추고 기존 주택대출 금리도 내렸다. 지난달엔 LPR도 전월 대비 0.25%포인트 인하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지속되자 시중에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풀었다.
이런 효과로 지난달 이후 주요 경제지표에서 회복 신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에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 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50 이상으로 집계됐다. 일부 투자은행은 올해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높여 잡았다. 노무라는 중국이 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이전엔 4.4%를 제시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주택 시장의 지속적인 하락세에 변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달 베이징,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선 큰 폭의 거래 증가세가 포착됐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관세 폭탄’이 실현될지 지켜보면서 인민은행이 돈을 풀려고 한다는 시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4분기 이후 시장 상황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감안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내 추가로 지급준비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