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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민심' 잡은 트럼프…국내 778만 코인투자자 표심은?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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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겐슬러와 알트코인 불장 기대감
겐슬러가 바이든 재선을 망칠 것이다(Gensler will cost Biden the 2024 election). 연초부터 회자한 이 말은 사실이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과잉규제에 반기를 든 일론 머스크와 가상자산 업계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화당을 지지했고, 백악관과 상·하원 양원 모두 공화당이 주도하는 ‘레드 스윕’이 일어났다. 가상자산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조직적, 전국적으로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했다. 거액을 모금해 선거를 지원한 것은 물론, 시민단체를 조직해 친 가상자산 후보들을 각지의 상·하원 의원 후보들을 지원했다. 트럼프는 이에 ‘취임 첫날 겐슬러 SEC 위원장 해고’ 약속으로 화답했고,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되자 겐슬러의 해임 또는 사임, 그리고 SEC의 규제 기조 변화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15일 새벽, 겐슬러는 사임을 암시하는 발표를 했고 그와 동시에 SEC와 겐슬러가 18개 주(州)로부터 ‘반헌법적 과잉규제(unconstitutional overreach)’ 명목으로 고소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취임 이후 3년이 넘게 억지 ‘증권성’ 논리로 전 세계 가상자산 산업 전체를 압박해 온 겐슬러의 입지가 흔들리자 가상자산 시장도 즉시 반응했다. 비트코인(BTC)은 선거 개표 시점부터 상승했고,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되자 이더리움(ETH)과 디파이(DeFi) 자산들이 상승했으며, 겐슬러 사임 암시 메시지가 보도되자 SEC와의 소송에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리플(XRP)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2년 하락장 이후로 많은 이들이 기다려 온 ‘알트코인 불장’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빠르게 일어나는 미국 기관과 정부의 크립토 어돕션
미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대선 전부터 빠르게 크립토 어돕션(crypto adoption)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조 달러 규모의 미국 지급결제 업체인 스트라이프(Stripe)는 유에스디코인(USDC) 결제를 시작했으며, 또 다른 대형 지급결제 업체인 벤모(venmo) 또한 가상자산 플랫폼인 문페이(moonpay)와 제휴를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교직원연금기금(TIAA)의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소식이 알려졌고, 대선 중요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는 주 예산의 최대 10%를 비트코인을 전략준비자산으로 만드는 법안(Pennsylvania Bitcoin Strategic Reserve Act)을 발의했다.

금융기관들의 자산 토크나이제이션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프랭클린템플턴은 시가총액 4억 달러 규모의 온체인 미국 정부 머니 펀드(FOBXX)를 아비트럼, 베이스, 폴리곤, 앱토스, 아발란체에 이어 이더리움에 출시했다. 블랙록은 자사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이더리움에 이어 앱토스, 아비트럼, 아발란체, 폴리곤, 옵티미즘에 출시할 계획을 밝혔으며, UBS는 토큰화 머니마켓 펀드인 uMINT를 이더리움에 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아직도 2017년
그러나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2017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종 흑막인 ‘볼드모트’는 작중 ‘He-Who-Must-Not-Be-Named(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자)’로 불린다. 우리나라 정계와 금융당국에서는 2017년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코인, 가상자산, 크립토는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것’일 뿐이다. 전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코인이라는 나쁜 것’에 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준다면 왜 줘야 할까를 고민만 하고 있다. 평민과 유색인종, 여성에게 참정권을 줄까 말까 고민하는 귀족 백인 남성들의 고민을 보는 것 같다.

7년째 망설이고만 있는 국내 가상자산 규제의 결과는 독과점 거래소 특산물의 09시 경주마 현상, 오래된 코인들의 이유 없는 급등락과 경주마 도박을 하는 개인으로만 이루어진 비정상적 거래 시장 뿐이다. 이렇게 규제로 왜곡된 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거래 대금을 아득히 추월한 하루 20조 원이 거래되고 있다.
시장조성자 제도를 통한 이용자 보호가 필요하다
코인이 나쁜 것이라는 논리는 주로 코인이 폭락해서 투자자들이 돈을 잃었다는 경험적 사실, 더 나아가 가상자산 시장에 이용자 보호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이 점에 공감하며 동의한다. 규제와 금지만으로는 이용자 보호를 이룰 수 없다. 투명하고 건강하며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 최고의 이용자 보호장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는 법의 규제를 받는 시장조성자가 필요하다.

원활한 거래를 뒷받침하여 투자자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가격연속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기본방향, 2020) 한국거래소에서는 1999년 파생상품(선물, 옵션) 시장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2005년에 주식시장으로 확대되었다. 유동성이 부족한 주식, 그리고 모든 파생상품 종목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시장조성자를 지정하고 계약을 맺는 형태로 운영한다. 2006년에는 유동성 공급자 제도도 시행되었는데, 이는 상장법인과 증권사가 계약을 맺고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하는 형태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시장조성자(market maker) 또는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를 규모 있고 믿을만한 업체로 확보했는지가 상장 조건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 현물 ETF 중 가장 인기 있는 IBIT의 발행사인 블랙록의 경우도 상품 설명에 증시 시장조성자(MM-BD), 가상자산 시장조성자(MM-crypto)의 역할을 표시하고 있다. 나스닥에서는 모든 종목에 복수의 지정 시장조성자(Designated Market Maker, DMM)를 지정하고 있다.

이는 지금 우리 가상자산 시장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유동성이 집중된 독과점 거래소의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 시장에서는 시세 급등락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은 급등에 반응해 투기성 매수를 하거나 급락 공포에 시장가 매도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에서 이런 사건은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더 나은 정보수집 능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거래를 해 시장의 중심을 잡아야 할 법인과 기관이 제외된 시장에서는 개인들의 즉흥적 매수와 매도가 시세를 좌지우지하며,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소위 ‘코인 판 MM’들이 활동한다. MM은 시장조성자, market maker의 약자이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시세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세력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거래소나 나스닥, 해외 거래소처럼 정비된 시장조성자 제도가 없으니 무자격 개인들이 음지에서 시장조성자를 참칭하며 자전거래와 시세조작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들의 활동이 금지되었다고는 하나, 이유를 알 수 없는 가격 급등락과 갑작스러운 거래량 증가는 여전히 포착되고 있다. 하루 20조 원이 거래되는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일부 개인들의 시세조작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778만 가상자산 이용자의 민심을 잡기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제 이용자 수는 778만 명이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의 부진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민심의 지지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778만 명의 민심을 잡을 기회다.

합리적인 규제는 이용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산업 성장의 기틀이 되기도 한다. 업계도 시장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기에, 왜곡된 시장의 체질을 개선할 합리적인 규제 도입은 모두에게 환영받을 움직임이 될 것이다. 법인 및 기관의 시장 진입과 규제안에서의 합법적 시장조성자 활동 허용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을 크게 감소하는 것은 물론, 김치 프리미엄과 이상 급등락 등 시장 전반에 걸친 고질병들을 개선하여 가상자산 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발전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와 투자자들이 대선의 판도를 바꾼 미국 11월 선거를 교훈 삼아,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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