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가 지난 11일부터 이어지는 가운데, '폭력시위 반대 재학생팀' 유튜브가 등장해 이목을 끈다.
특히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은 교내와 거리에 래커칠을 하는 등 격앙된 듯한 모습을 보인 시위에 대해 우발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번에 폭력시위 반대 재학생팀이 공개한 자료에는 래커칠 등은 상당 부분 계획된 것으로 보여 논란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발적이랬는데
'동덕여대 폭력시위 반대 재학생팀 STEP'은 20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저희는 동덕여자대학교의 폭력 시위에 반대하는 교내 학생들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이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폭력 시위로 인해 학습권과 교내 구성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시위를 주도하는 총대위는 각 단과대학, 총학생회, 사이렌, 그리고 근조화환 총대위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이렌은 동덕여대 일반 페미니스트와 다른 래디컬 페미니스트 동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글로만 전달되는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것 같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전했다.
STEP은 시위 발생 2일 전부터 내부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들을 공유했다. STEP이 공유한 해당 게시글에는 교내 동상 부수기, 외벽 래커/페인트/물감 던지기, 정문 외벽 본드 등 시위하기에 앞서 그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래커와 페인트 참여할 수 있는 인원과 일정에 대해서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동상을 부술 때 연장은 어떤 걸로 주문해야 할 지 고민이다"며 "소리가 좀 컸으면 좋겠어서 쇠파이프를 여러 자루 가져다 놓는 게 효율적일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논란이 된 취업 박람회에 앞서 "12일 12시부터 5시까지 비교과 박람회가 열린다고 한다. 외부인이 많이 오는 행사"라며 "백주년 기념관 1층을 중심으로 포스트잇, 대자보, 인쇄물 부착을 진행해주실 인원을 모집하고자 한다. 행사 전에 치울 수 있기에 12일 오전 중 활동하거나 본드, 래커 등을 사용해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이도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영상들은 게시 하루 만에 1~2만 회를 웃도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생회 측에서 이렇게 하자라고 계획을 짠 게 아닌데 분노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상황으로 갔냐'는 질문엔 "그렇다"며 "학교가 너무 비민주적인 태도로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번 STEP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당 부분 이 말과 대치되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교내 커뮤니티 점령당해 다양한 의견 묵살"
STEP은 "시위가 시작된 후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우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위에 일반 학우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심지어 교내 커뮤니티마저 점령당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묵살되고 있다. 시위 첫날부터 외부 인력을 포함한 단체가 교내를 돌아다니며 구성원들을 위협하는 모습도 목격되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다른 영상에서 수업 거부 관련 총력대응위원회 공지를 올리면서 "수업 거부를 하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학생을 위하는 척 모두가 거부하면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폭력 시위로 인해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자,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좌표를 찍고 테러를 하고 있다"며 "수업 거부에 동참하지 않으면 개인 신상이 박제된다. 이것이 정말 폭력 시위 아니냐.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께 메일 테러 및 쪽지 테러, 교수님 신상 박제 및 메일 정보 박제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시위대의 주장과 방식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알리고, 진정으로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를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입장은 시위대와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위대의 강압적인 태도에 동의할 수 없었고, 동덕여대의 학생으로서 저희 권리를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날 최현아 학생회장은 시위 방식이 과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이 시위를 주도하다 보니 과격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온다고 하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동덕여대는 이번 시위에 대해 "공학 전환을 반대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면서 "학교는 정상적인 수업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물리력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로 학교 측이 추산한 피해 규모는 최대 54억원에 달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