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메이퇀 등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팀을 구축하고 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기술 통제에도 불구하고 첨단 AI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경쟁사 '인재 빼오기'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기술그룹들이 지난 수개월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업무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세계 최대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최근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미 경쟁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서니베일에서 AI 팀을 모집에 주력 중이다. 한 소식통은 알리바바의 AI 기반 검색 엔진인 '아시오'(Accio)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팀을 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 채용 담당자는 미 최대 규모 빅테크 기업들과 오픈AI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엔지니어, 제품 관리자, AI 연구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AI 팀을 별도의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계획이라며 이직을 제안했다.
알리바바는 링크드인에도 응용 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제품 마케팅 관리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올렸다. 오픈AI의 전직 연구원 한 명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 기업들로부터 근무 경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아본 뒤 취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폭탄처럼 받았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바이트댄스는 캘리포니아의 여러 팀에서 서로 다른 AI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AI 관련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AI 우수 연구자 대거 채용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트댄스의 또 다른 연구자 그룹은 중국 및 본사가 위치한 싱가포르의 직원들과 AI 챗봇인 '도우바오'(Doubao)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연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해당 중국 담당자에게 프로젝트 진행 상황 등을 보고하고 있다.
메이퇀도 캘리포니아에서 AI 팀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왕싱 메이퇀 최고경영자(CEO)는 공동 창업자인 왕후이원을 회사로 복귀시켜 메뉴 번역 기능과 가상비서 등 AI 관련 사업 방향을 모색하는 GN06이라는 차세대 AI 팀을 이끌도록 했다. 이외에도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도 실리콘밸리에서 AI 연구실 중 하나를 운영하며 2017년부터 음성 인식 및 자율 주행 분야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을 고용했다.
FT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 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AI 스타트업들까지 미국에 진출해 근무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다"며 "미 기업들의 인재를 빼내는 방식으로 생성형 AI 분야 수익 창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우수 연구자를 중국이 설립한 미국 법인으로 영입하는 것도 새롭게 나타난 양상이다. 서울대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중국이 투자한 관계사로 이직한 다음 3년 뒤 중국 본사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미국에 중국 자본으로 스타트업을 차리고 그리로 유도하기도 한다”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