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가 부양책을 딛고 일어섰지만 아직 리스크 요인은 곳곳에 산적해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에서 꾸준히 규모를 키워온 신용융자 잔액은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 뇌관으로 자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권 종목의 연초 대비 신용융자 잔액 평균 증가율은 74.97%다. 2616억원에서 1조789억원까지 312.42% 증가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셀트리온(101.23%), SK하이닉스(92.26%) 등이 두 배가량 불어났다. KB금융(63%), 기아(56.08%), 현대자동차(54.56%)도 수치가 높았다. 연초부터 주가가 지지부진하던 LG에너지솔루션(-48.48%)을 제외하면 상당수 종목이 연중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증시가 지속적인 침체일로를 걸었지만 개인투자자는 우량주 주가가 꺾일 때마다 기대를 걸고 적극적으로 베팅했다. 연초 대비 늘어난 시총 10위권 종목의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1조2202억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신용융자 잔액은 9조200억원에서 10조1904억원으로 늘었다. 증권회사 대출을 불사하며 ‘빚투’(빚내서 투자)를 한 투자자 자금이 대부분 우량주로 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5만전자’를 헤매던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잔액이 544억원 증가하는 등 이례적 수치를 보였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투자자 이탈 현상이 가속하며 수급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주가 급락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 시총 대형주 투자의 장점이었지만 거래량 자체가 마르며 더 이상 공식이 통용되지 않는 구조가 되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 이상 하락한 거래일은 각각 3일, 10일이지만 하반기엔 10일, 24일로 늘어났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개인 빚투 증가는 ‘빠질 때 사면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강해진 영향”이라며 “최근 장세는 레버리지 투자로 10년을 잘했더라도 일순간 원금을 날릴 수 있어 신용 거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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