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연말 회사채 시장 활황으로 기업들의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은 비우량 기업들도 적극 뛰어드는 분위기다. 연말에는 기관투자가의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때문에 유동성이 줄어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시장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500억원어치 회사채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을 19일 진행한다. 1년6개월 만기 200억원과 2년 만기 300억원어치다. 흥행 여부에 따라 1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을 ‘BBB+’로 책정했다. 한화오션이 회사채 시장에 뛰어든 것은 9년 만이다. 확보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상환에 투입한다.
A급 기업의 조달 작업도 활발하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급 이하를 비우량으로 분류한다. 등급이 ‘A’인 HS효성첨단소재는 3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전에 나선다. 오는 27일 최대 12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게 목표다.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시장 복귀를 검토하는 A급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에 돌아온 A급 기업들이 대부분 목표 물량 확보에 성공한 효과다. 지난달 팬오션(신용등급 A)과 HK이노엔(신용등급 A)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 자금 조달 여건을 가늠하는 지표인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3년 만기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AA-) 간 금리 차이를 일컫는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0.56%포인트로 집계됐다. 연초에 0.75%포인트까지 오른 것과 대비된다.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11∼12월에는 회사채 시장이 축소되는 ‘연말 효과’가 발생한다. 기관투자가의 북 클로징으로 회사채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한 데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