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의 한 식당에서도 군부대를 사칭한 '노쇼'(예약을 하고 예약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 피해를 봤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이번에는 군부대 명의의 공문서까지 위조해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군부대 사칭 노쇼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의 부모가 지난 13일 이같은 피해를 봤다.
당시 A씨 어머니는 가게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인근 군부대 소속 '김동현 중사'라고 소개하며 돼지불백 50인분을 주문하고는 다음 날 오후 2시에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A씨 어머니는 김 중사의 요구대로 영수증을 보냈고 그는 '부대 식품결제 확약서'라는 제목의 부대 직인이 찍힌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식품에 대한 구매비용 50만원을 지불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김 중사는 결제는 음식을 찾으러 갈 때 하겠다고 했다. A씨 어머니는 평소 군인들이 자주 식당에 방문했고, 공문까지 보내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후 A씨 부모는 요청 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고 장병들의 후식까지 챙겼다. 예약 당일 오전 김 중사가 다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문제없이 준비하고 계시냐'는 확인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이 다 됐음에도 김 중사는 연락이 없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받지 않았고,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음을 인지한 A씨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다.
아울러 애써 준비한 음식들은 상인회를 통해 동사무소, 교통장애인협회, 인근 소외계층에게 기부했다.
A씨는 "전날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보며 눈물 흘리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며 "이런 범죄 행위가 알려져 유사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근 군 간부를 사칭해 단체 주문을 미끼로 신뢰를 쌓고서 금전적 도움을 요구하며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음식점은 물론 정육점·꽃집 등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 강화군 일대 음식점 6곳에서도 군 간부를 사칭한 피싱 범죄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 음식점은 대부분 해장국집이나 중식당으로, 해병대 간부를 사칭한 신원 미상의 인물로부터 단체 음식 주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