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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다른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가에서는 트럼프 2기 에너지 부문 수혜주로 그리드(전력망)에 주목하고 있다. 보호무역 정책으로 미국에 제조 시설이 늘어나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전력망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판단에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TD증권은 미국 대선 이튿날인 지난 6일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력망과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가 에너지 섹터 중 가장 유망한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TD증권의 예측대로 대선 직후 전력망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미국 최대 전력 관리기업 이튼(6.37%), 산업 자동화 기업 로크웰 오토메이션(6.30%), 산업 전력 장비 제조업체 아메텍(6.09%), 미국 전기장비회사 에머슨 일렉트릭(7.74%) 등은 지난 5일 대선 이후 16일까지 6% 이상 뛰었다. 일본의 히타치는 8.2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가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기존 ESG 관련주가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월가는 미국 전력망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이 관세 여파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많은 제조업 시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고, 이는 미국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에너지 소비 증가를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향후 5년간 에너지 소비량이 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상당 부분은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센터 건립에서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가 재생에너지 수요까지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운용사 애버딘의 제리 고 디렉터는 “미국 내에서 전력망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장비 생산 백 로그(밀린 주문량)가 확대됐다”며 “이러한 상황은 향후 2~3년 동안 세계 전력 장비 제조업체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스닥 전력망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3배로 지난 10년 평균에 가깝다. 주당순이익은 내년에 약 11% 증가할 전망이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