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 불어난 취소·자진 반납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사회적기업 3737곳 중 인증이 취소된 기업은 127곳에 달했다. 자진 반납한 기업은 30곳이다. 2021년 74곳(인증 취소 53곳, 자진 반납 21곳)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증 취소·자진 반납 비율은 2021년 2.3%에서 지난해 4.2%로 높아졌다. 올 들어선 지난 8월까지 106곳의 인증이 취소됐고 32곳은 자진 반납했다. 역대 최다이던 지난해(157곳) 수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취소·반납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 유력시된다.사회적기업은 공익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비영리단체와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다. 정부는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법에 따라 고용부 장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을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지역사회 공헌형으로 분류하고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기업으로 등록돼 공공입찰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인·소득·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 또는 면제받는다. 박근혜 정부 이후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에 사회적기업 담당 부서를 신설하는 등 관련 예산이 대폭 불어나면서 인증 기업은 2019년 2435곳에서 지난해 3737곳으로 크게 늘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432곳이 신규 인증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부터 인증 취소와 자진 반납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을 대거 삭감한 영향이 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에서 지난 10년간의 정책 실패를 사실상 시인했다. 막대한 재정 지원에도 사회적기업의 자생력 확보에 실패했고, 장기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했다는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창출 조사 결과 1년 이상 고용 유지율은 29.2%에 불과했다.
지원금 부정 수급도 여전
올해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은 830억원으로, 전년(2022억원) 대비 59% 축소됐다. 내년도 예산은 284억원(잠정)으로 더 줄어든다.사회적기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이 일반 중소기업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이 줄면서 자생력이 약한 사회적기업의 인증 취소 및 자진 반납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고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컨대 ‘매출이 노무비의 5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인증이 취소된 곳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회적기업 지원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지적돼 온 부정 수급에 따른 인증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한 사회적기업은 근로자를 허위 등록해 인건비 3047만7000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4월 인증이 취소됐다. 지난해에는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받은 후 실제로는 공익 활동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 사업을 벌인 한 사회적기업이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증 취소 건수 증가는 사회적기업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생력을 확보해 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