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에도 2024 파리 패럴림픽 출전을 강행해 메달을 2개나 획득한 폴란드 휠체어 펜싱 선수가 대회 폐회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폴란드 패럴림픽 위원회는 14일(한국시간) "미할 다브로프스키가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암과 사투를 벌이는 중에도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냈던 위대한 선수"라고 전했다.
1986년생인 다브로프스키는 28살이던 2014년 낙상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그는 사고 후 한참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다가 스포츠를 통해 제2의 삶을 펼쳤다.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휠체어 펜싱에서 재능을 보였고, 이후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며 폴란드 장애인 스포츠계의 간판선수가 됐다.
다브로프스키가 담관암 진단을 받은 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인 지난해 11월이다. 급격한 체중 감소와 끊이질 않는 기침 증세로 병원을 찾은 다브로프스키는 진단 후 곧바로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다브로프스키는 훈련을 멈추지 않았고, 최악의 컨디션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며 버텼다. 그는 당시 폴란드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난 파리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고, 내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는 날까지 살아있을 것"이라며 결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끝내 지난 9월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해 휠체어 펜싱 사브르 카테고리 B에서 은메달, 에페 카테고리 B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파리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란 첫 번째 약속을 지켰지만, 두 자녀인 첫째 한셀(8), 둘째 마우고시아(2)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있을 것이라는 두 번째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폴란드 매체들은 "가장 위대한 스포츠 선수"라며 애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