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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20살' 국내 PEF에 주어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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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되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PEF(Private Equity Fund)가 주목받고 있다. 흔히 사모펀드라 불리는 PEF는 현행 제도상 정확히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영풍 측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도모하고 있고, 최윤범 대표가 이끄는 현 경영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베인캐피탈의 지원을 받으면서 양측 모두 PEF가 적극 관여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마침 올해는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을 맞는 해다.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도입된 PEF는 몇 차례 개정을 거쳐 2021년 10월 기관전용사모펀드로 현재의 명칭과 제도를 갖췄다. 2021년 제도 개편으로 기관전용사모펀드는 100인 이하의 기관투자가 및 이에 준하는 금융기관, 연기금 등의 투자자로 구성된다. 이들로부터 조달받은 자본금과 자본금의 400% 내 차입으로 조성한 장기자금을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성과와 지배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형을 지향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투자목적 제한과 의결권 제한이 폐지돼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에서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PEF가 금융과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지 이미 오래됐다. 미국에선 2022년 말 기준 PEF가 국내총생산(GDP)의 6.5%에 해당하는 1조70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2024년 현재 PEF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에 1200만 명 이상이 고용돼 있으며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8만4000달러에 이른다.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은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PEF의 규모와 역할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10년 안팎의 기간 내에 투자를 회수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절감, 대량 해고, 지역 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장 폐쇄 등이 잇따르면서 미국에서도 정치·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PEF는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PEF도 그 역사는 짧지만, 규모와 역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PEF 총약정액은 전년과 비교해 8.5% 늘어난 136조4411억원이며 이 중 가장 큰 한앤컴퍼니의 펀드 총약정액은 13조6052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미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나 국내 PEF 규모는 급속히 커지고 있다. 국내 M&A와 구조조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투자 성과 관련 자료 취득이 가능한 135개 투자 건을 대상으로 투자와 회수 시점 간 기업 가치 변화를 분석한 결과, PEF가 투자한 이후 기업 가치 증가의 73.3%는 매출액 증가에, 36.2%는 가치평가배수 증가에 기인했다. 반면 이익률 하락으로 기업가치를 9.5%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수익성 개선은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지만, 전반적인 가치 제고는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PEF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투자한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을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성공적인 해외 PEF와 같이 기업 경영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문을 제공해 경영성과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PEF 성장의 제약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는 투자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와 PEF 간 정보의 비대칭성은 PEF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므로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PEF가 투자를 회수하는 가장 주요한 수단은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밸류업은 PEF를 더욱 활성화하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20년을 맞이한 국내 PEF가 더욱 발전해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에 기여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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