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쟁점 법안이나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오는 장관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야당의 한 중진급 국회의원은 “장관들의 전투력과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각 부처는 그동안의 정책 성과를 알리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브리핑을 여느라 분주하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여론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크다. 상당수 부처가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두루뭉술한 정책 방향만 발표한 영향도 있다. 일부 부처는 브리핑도 없이 슬그머니 자료만 발표했다.
정책을 홍보하고 추진하는 최고책임자는 장관이다.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장관의 몫이다. 정기 국회 시즌을 맞아 동분서주해야 할 장관들이 최근 들어 국민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비판이 관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시작으로 상법 개정, 상속세 개편 등의 핵심 현안은 모두 용산발(發)이었다. ‘배임죄 폐지’라는 화두를 던진 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뒷수습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인증 제품 해외직구, 전기차 화재 사고 등 여러 부처의 업무가 얽혀 있는 현안을 놓고도 정부는 난맥상을 보였다.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는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책임지는 장관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야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귀찮아할 정도로 쫓아다니며 ‘스킨십’을 하는 장관도 없다. 관가에선 이런 장관들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런 정부 부처 장관들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여당 의원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본인 일처럼 추진하는 장관이 매우 드물다”고 털어놨다. 물론 장관들도 할 말은 있다. 용산 참모들이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국회 권력이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데다 거대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처 장관들이 용산과 국회를 핑계로 몸을 사리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윤석열 정부 임기는 아직도 2년6개월 남았다. 남은 임기에 ‘식물정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장관들의 전투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자리를 걸고 책임지는 ‘결기’를 보여주는 장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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