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성TV업체 디렉TV와 디시네트워크의 인수가 무산될 위기다. 디렉TV가 약 10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1달러에 디시를 인수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한달여 만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2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위성 TV 공룡이 탄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디시 채권단이 채무 교환 조건을 거부하면서 디렉TV는 디시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디렉TV는 디시 채권단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디시 인수전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디렉TV 대변인은 “디시 비디오 사업 인수가 거래의 핵심 조건이었는데 디시 모회사인 에코스타와의 협상 결과 이달 22일 자정까지 디시 인수를 종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디렉TV가 더이상 양보를 할 계획이 없다”며 “디시 회장이자 공동 설립자인 찰리 어겐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더 많은 진전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소유하고 있는 디렉TV는 100억달러 상당의 디시 부채를 떠안고 디시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슬링TV를 모두 포함한 디시 DBS라고 불리는 에코스타의 TV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명목상 1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디시 채권단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디렉TV는 디시 채권가격을 달러당 70센트 조금 넘게 조정해 제안했다. 이 역시 디시 채권단은 수정안을 거부했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디시 채권자들이 기존 채권을 합병된 회사의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할 때 할인된 금리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약 15억7000만달러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가 무산될 경우 디시는 큰 재정위기에 놓을 전망이다. 유료 TV 시장은 OTT에 밀려 시청자 수가 급감하고 수년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 에코스타는 이날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3% 급락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