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전체 시가총액이 한국 증시 전체 시총은 물론 은(銀) 시총도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트럼프 효과’로 8만9000달러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다. 암호화폐 전체 시총은 3년 만에 처음으로 3조달러를 돌파했다.
1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4시간 전 대비 11% 오른 8만9840달러를 기록하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시각 1억2801만원에 거래돼 하루 만에 신기록을 경신했다.
비트코인 전체 시총은 1조7700억달러(약 2484조원)를 나타냈다. 이날 한국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2379조원)을 넘어선 규모다. 비트코인은 은 시총(1조7140억달러)마저 넘기면서 기업 주식을 제외한 자산 중 금(17조5600억달러) 다음으로 시총이 큰 자산이 됐다. 세계 시총 7위 기업인 메타(1조4700억달러)를 따돌렸고, 세계 6위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1조8000억달러)를 넘보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에 불이 붙은 것은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시행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을 ‘지구의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가상자산 시장을 관할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암호화폐 인사로 분류되는 댄 갤러거 로빈후드 법무책임자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반(反)암호화폐론자인 게리 겐슬러 현 SEC 위원장이 물러나면 비트코인은 물론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비트코인이 올해 말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탈중앙화 금융투자 플랫폼 데리브의 설립자 닉 포스터는 “미국 대선 이후 몇 가지 중요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다음달 27일 만료되는 10만달러 콜옵션(매수 권리)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대선 이후 비트코인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만큼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일 이후 이날까지 비트코인 가격 누적 상승률은 30.6%에 달했다. 국내와 해외 비트코인 가격 차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은 한때 마이너스였지만, 이날 1%를 웃돌았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