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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고용천국' 된 日…베테랑들, 여든까지 산업현장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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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일본 가전제품 판매업체 노지마는 2020년 고용계약 상한 연령을 65세에서 80세로 한번에 15년이나 높여 일본 내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고령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물론 소비자 반응도 여전히 좋다. 현재 70세 이상 직원 30여 명, 80세 이상 3명이 현역 판매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50년 넘게 쌓인 판매 노하우와 네트워크는 다른 젊은 직원들과의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노지마 관계자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100세 시대에 고령자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에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에서 희망 근로자를 대상으로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하는 기업(31인 이상) 비율은 99.9%에 달한다. 근로자가 원하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이후 계속고용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우리보다 먼저 ‘일하는 65세 시대’를 연 일본의 사례와 그 배경을 짚어본다.
日 고령자 고용 비결은 ‘노사 자율’
일본은 65세 고용을 넘어 70세 완전 고용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기업들에 70세 이상 계속고용 조치와 관련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했고, 이후 ‘70세 취업 확보조치’를 시행 중인 기업은 지난해 기준 29.7%에 달했다. 이런 조치 덕에 일본의 60세 이상 상용 노동자는 2010년 242만8000명에서 2023년 458만7000명으로 1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60~64세 고령층 취업률도 2012년 57.7%에서 2022년 73.0%로, 65~69세 취업률도 같은 기간 37.1%에서 50.8%로 치솟았다.

이처럼 일본은 나이에 따른 노동시장 이탈 없이 계속고용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성공 비결로 기업의 자율적 계속고용, 고령 근로자 임금 수준 조정 등을 꼽는다.

일본 정부는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이후 20년 넘게 기업과 국민을 ‘계도’하며 체질을 바꿀 시간을 줬다. 법으로 강제하는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고령자고용안정법에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 의무를 부여하되 구체적인 방법은 기업의 자율(선택)에 맡겨 △계속고용(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계속고용을 택한 기업은 69.2%로 정년 연장(26.9%), 정년 폐지(3.9%)보다 훨씬 높았다. 퇴직 후 재고용할 때 신규 고용계약을 맺어 기업의 임금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계속고용된 고령자의 임금 등 근로 조건에 별도로 하한선을 두지 않고 노사 재량에 맡겼다.
고용 확보 의무화하되 선별 고용 여지
임금 수준을 노사 자율에 맡긴 결과 일본의 20대와 50대 사이 임금 격차 곡선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만해지고 있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이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정보브리프에 기고한 ‘일본의 고령자 고용과 임금’ 자료에 따르면 퇴직 고령자의 임금은 현역 시절의 70% 수준이다. 정년 직전인 55~59세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퇴직 직후인 60~64세 임금 수준은 2010년 70.8, 2020년 69.6, 2023년 69.7 수준으로 하락세다.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20년까지 50~54세였으나 2023년에는 55~59세로 늦어졌다. 오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노사는 경영 상황, 인건비 총액, 고령자 생활 보장, 현역 사원과의 조화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자사에 최적인 임금 제도와 수준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2004년 65세 이상 고용 확보를 의무화하면서 기업이 인사고과 등을 통해 선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기업의 생산성 유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은 저성과자 고용 조정 여지와 함께 임금 조정을 감수하고 근속을 원하는 퇴직자의 숙련된 업무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고용주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무급제로 임금 삭감폭 완화 추진
정부의 단계적 조치에 기업들은 계속고용으로 화답했지만 임금이 감액된 숙련 고령자의 근로 유인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령자 고용계속급부금’ 제도였다. 60세 이후 75% 이하로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에게 임금을 보조해 주는 제도다. 또 일본 정부는 후생연금(한국의 국민연금 격) 지급액과 임금 합계액이 50만엔(약 453만원)을 넘으면 노령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재직 노령 연금제도’가 고령자의 취업 의사를 꺾을 수 있다며 손볼 계획이다.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무·성과 등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고령자 임금 삭감폭을 줄여간다는 방침이다. 직무에 따라 임금을 설계하면 고령자의 임금 수준을 어느 정도 담보하면서 세대별 임금 격차도 완화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지난해 “업무 내용, 능력, 역할, 공헌도 등을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정년 후 임금 삭감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 자동차 회사 스즈키는 올 4월부터 재고용한 60세 이상 사원의 급여를 현역 직원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오 연구위원은 “한국의 60세 정년 도입은 노사의 자율성을 저해한 측면이 있었다”며 “개별 기업 노사가 자율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확대하도록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 잡리포트 취재팀

백승현 좋은일터연구소장·경제부 부장
곽용희 경제부 기자·이슬기 경제부 기자
권용훈 사회부 기자·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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