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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노벨상에도 웃지 못하는 출판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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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문학 번역가들이 일등공신으로 재조명받았다. 외국어 실력뿐 아니라 문학성까지 갖춰야 하는 문학 번역가들은 작가와 전 세계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 번역가들 못지않게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출판사와 서점이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출판사가 없었다면, 전국 곳곳에서 책을 공급하는 서점이 없었다면 한강은 오늘날과 같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출판시장은 최근 단군 이후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출판산업
국내 출판시장 불황의 출발점은 독서율 하락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독서율은 10년 전인 2013년 72%이던 것이 지난해엔 43%까지 추락했다. 지난 1년간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이 성인의 절반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대다수 성인이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또는 ‘다른 매체나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독서율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독서율이 60~70%대인 점에 비춰보면 한국의 독서율 하락은 지나치게 가파르다.

독서율 하락은 출판사에 직격탄이 됐다. 영업 실적이 공개된 국내 출판사의 작년 총매출은 4조9336억원으로 10년 전(5조5147억원)에 비해 10.5% 줄었다. 같은 기간 총영업이익은 70.1% 급감했다. 책 도매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동네 서점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심지어 대형 서점마저도 경영난에 시달리며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출판업계 머리 맞대야
문제는 정부 정책도 출판업계에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지원 예산이 줄고 있다. 올해 정부가 독서 문화 확산과 출판산업 육성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총 429억원으로 작년(473억원)보다 44억원 줄었다. 독서 아카데미 운영,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등 독서 문화 증진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정부가 국고로 문학도서를 구매해주는 문학나눔 사업은 우수 교양·학술도서를 지원하는 세종도서 사업과 통합되면서 지원 규모가 20%가량 줄었다.

국내 도서의 수출 확대 정책도 삐걱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회계처리를 놓고 주최 측인 출판문화협회와 예산을 지원하는 문체부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다.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볼로냐아동도서전에 문체부와 출판문화협회가 따로 부스를 설치하는 혼선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하려던 출판문화협회의 계획은 문체부의 예산 지원 거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 문학 평론가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벼락같은 축복’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이런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출판산업의 건강한 성장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출판업계는 이제 해묵은 갈등은 접어두고 출판산업의 부활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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