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부터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한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명예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대학 점퍼(과잠)를 벗어두거나,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여자들이 만만하냐', '민주동덕 다 죽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나 피켓도 등장했다. 졸업생들도 "졸업장 찢겠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붉은색 라카 스프레이로 학교 내·외부 벽이나 바닥에 문구를 쓰는 방식의 시위도 벌였다. 학교 앞에 놓인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의해 달걀, 페인트 등을 뒤집어썼다. 총학생회를 시작으로 단과대 학생회도 대자보를 학교 건물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달아 올리고 있다.
지난 8일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내고 "동덕여대 공학 전환은 대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대학을 구성하는 여성의 지위를 상실케 한다"며 "여성은 여전히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대는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준다"고 했다.
다만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 비전 수립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학 관계자는 "공학 전환은 학교의 발전계획안인 '비전 204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며 "그 이후 발전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포함하면 모두 14곳이다. 앞서 상명여대는 1996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상명대로 바뀌었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통합했고 대구의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돼 남녀공학이 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