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망자(피상속인) 대비 상속세 과세자 비율이 종합부동산세(주택분 기준)의 세 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와 종부세는 부의 편중 완화 등을 목적으로 재산에 부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도한 세율 등으로 징벌적 세제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는 세율 인하와 중과세 폐지로 납세자 부담이 크게 줄었지만 상속세는 1999년 이후 세율·과세표준이 제자리에 머물며 ‘1% 부자 세금’에서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 요구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자와 과세미달자를 합친 피상속인(사망자) 29만2545명 중 과세자는 1만9944명이었다. 과세 비율은 6.82%다. 2022년(4.53%) 대비 1년 만에 2.29%포인트 상승했다. 상속세 과세 비율은 2008년(1.04%) 처음으로 1%를 넘긴 뒤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매년 급등했다.
반면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비율은 2.06%로 전년(6.13%)보다 크게 낮아졌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재산세 과세 대상(1981만 가구) 중 종부세 부과 인원(40만8276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작년 1가구 1주택자의 기본공제 금액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그 외 가구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른 영향이다.
2006년 도입한 종부세는 2010년대 중반까지 매년 2%가량의 과세 비율을 유지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8년부터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명분으로 과세 구간을 신설하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대폭 상향했다. 2022년 종부세 과세 대상은 역대 최대인 120만 명으로, 과세 비율은 6.13%로 치솟았다.
서울시민 100명 중 15명이 상속세 대상
25년 넘게 세율·과표 그대로…서울 아파트 한채 있어도 대상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해 중산층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출범 첫해인 2022년 말 △세율 인하 △기본공제금액 상향 △2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2년 6.13%까지 치솟은 종부세 과세비율이 1년 만에 예년 수준인 2.06%로 낮아졌다. 2017년(1.95%)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 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의 징벌적 요소가 사라져 중산층 부담을 대폭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25년 넘게 세율·과표 그대로…서울 아파트 한채 있어도 대상
상속세는 사정이 다르다. 상속세 과세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은 2020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집값 급등으로 두 배인 2만 명에 다다를 때까지 불과 3년이 걸렸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과세대상은 1만9944명으로, 전년(1만5760명)보다 26.5%(4184명) 증가했다. 1년 새 늘어난 인원은 역대 최대다.
상속세 세율과 과표가 1999년 이래 제자리에 머물면서 과세대상과 과세비율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30억원) 금액도 1997년 이후 동일하다. 통상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10억원, 자녀만 있을 때는 5억원 이상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자녀공제도 인당 5000만원, 기초공제도 2억원을 적용받을 수는 있다. 다만 공제액은 ‘일괄공제(5억원)’와 ‘기초공제(2억원)+자녀공제’ 중 큰 금액을 적용하기 때문에 자녀가 6명을 넘지 않는 한 일괄공제가 적용된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4378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면 상속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상속세 과세비율은 전국 평균치(6.82%)를 두 배 웃도는 15.0%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다. 피상속인 기준 서울 시민 100명 중 15명꼴로 상속세를 낸다는 뜻이다. 2012년(4.77%)과 비교해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들어 서울 집값이 상승 추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서울의 상속세 과세비율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만 여겨졌던 상속세가 종부세보다 오히려 더 중산층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종부세처럼 상속세도 징벌적 요소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