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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로 美국채 투자한 개미, '두 토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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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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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등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변화가 외환과 채권시장에 ‘퍼펙트 스톰’을 불러온 탓이다. 이들 상품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국내 투자자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양방향으로 먹을 수 있다더니”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지난 두 달간 13.8% 떨어졌다. 이 상품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미국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을 얻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진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13.5% 급락했다.

    엔 노출 미국 장기채 ETF는 올해 초부터 유튜브와 주식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다. 엔화 가치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양방향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지난 3개월간 개인투자자는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과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를 각각 389억원, 1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도 20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일학개미’(일본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의 순매수 1위 종목이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투자자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했다. 일본 당국이 엔 약세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8~9월 수익률이 반짝 치솟았다.
    美 채권 금리는 트럼프 승리 반영
    하지만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일본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참패하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공약대로 대규모 감세를 단행하면 재정적자가 심화하고, 국채 발행 물량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라캐피털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현재 연 4.3%대에서 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리고, 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긴축적 통화정책은 결국 강달러로 이어진다. 2016년 트럼프 1기 때도 당선 직후 달러 가치가 두 달 새 6.5% 오른 바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엔·달러 환율은 3개월 만의 최고치인 153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매수·매도를 결정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무리한 확대 재정이 유발할 경제 충격과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채권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내 연 4%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다소 어렵겠지만 4.5% 이상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국민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등 장기간 고수해온 엔저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긴 그림에서 일본의 통화정책은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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