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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기업에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압박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TSMC는 11일부터 중국 고객사에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AI 가속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 이하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 ‘정보 제공’ 서한으로 불리는 상무부 공문은 특정 기업에 신규 허가 조건을 부과하는 문서로, 복잡한 규정 제정 과정을 우회할 수 있다. 미 상무부는 보도 내용에 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TSMC는 “수출 통제를 포함해 모든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지난달 캐나다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의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2022년 출시된 어센드 910B는 중국 기업에서 내놓은 최첨단 AI 칩셋이다.
TSMC 자체 조사 결과 중국 샤먼에 있는 반도체 설계회사 소프고가 주문해 공급한 7㎚ 반도체가 화웨이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화웨이가 제재 대상이 아닌 중국 회사를 대리로 내세워 TSMC에 몰래 주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TSMC는 소프고와의 거래를 끊었다. 이에 따라 미 정부의 대(對)중국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대만이 미국 반도체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한 것도 TSMC에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TSMC가 중국 고객사를 잃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매출에서 중국 본토 비중은 11%에 그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