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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선'으로 열고 '허그'로 닫았다…김재중X김준수, 기다린 보람 있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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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재중, 김준수가 합동 콘서트에서 동방신기 곡으로 무대를 꾸미며 팬들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했다. 20년간 더 견고하게 다져진 실력, 노하우, 매너까지 갖춘 두 사람의 호흡이 진한 감동을 안긴 환상적인 '추억 여행'이었다.

김재중, 김준수(JX)는 9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합동 콘서트 '아이덴티티 인 서울(IDENTITY in Seoul)'를 개최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총 3일간 진행하는 공연의 2회차 무대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두 사람은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K팝 아이돌 2세대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때에 소속사와 분쟁을 겪었고, 팀과 결별한 후 JYJ 및 솔로 활동에 전념해 왔다. 하지만 JYJ 역시 박유천이 마약 물의를 일으키며 매끄러운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적잖이 마음고생을 겪은 두 사람은 최근에 이르러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비로소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번 공연은 K팝 글로벌 흥행을 가능케 했던 주인공인 김재중, 김준수가 함께 꾸민다는 점에서 개최 소식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동방신기의 히트곡을 대거 부를 것으로 알려지며 팬심을 요동치게 했다.

총 3일간 진행된 공연에는 하루 1만명씩 총 3만명의 관객이 동원된다.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여전히 현재 진형형인 이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공연의 포문은 '라이징 선(Rising Sun)'이 열었다. 작열하는 태양을 연상케 하는 빨간 조명이 가득한 무대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우렁찬 함성을 쏟아냈다. 김재중, 김준수는 시작부터 열정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로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했다. 관객들은 응원봉을 격렬히 흔들며 20년간 쌓아온 두 아티스트의 우정에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이어 김재중, 김준수는 '퍼플 라인(Purple Line)', '오정반합("O"-正.反.合)'까지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때의 곡을 잇달아 불러 팬들을 감동하게 했다. 짜릿한 밴드 사운드에 탄탄한 노련한 라이브 퍼포먼스, 1만명의 떼창이 어우러져 공연장의 온도는 단숨에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오프닝 무대 후 김준수는 "20년 만에 부르는 노래들이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또 여러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주실까 생각하며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재중은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라 따라불러도 되는 건지 몇 초 딜레이가 있는 분들을 봤다. 생각나는 대로 따라 불러주시면 된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김준수 역시 "오랜만에 듣는 곡들로 거의 모두가 꾸며져 있으니 마지막까지 그저 즐겨주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 팬들을 추억에 젖게 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왓에버 데이 세이(Whatever They Say)', '믿어요'를 부를 땐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김재중, 김준수의 목소리에 빠져들었고, '스카이(SKY)'에 이어 '넌 언제나'를 부를 땐 떼창 듀엣을 완성했다. 김재중, 김준수는 팬들의 감미로운 떼창에 감격한 듯 "여러분 목소리로 하나가 되니까 소름 돋는다"고 말했다.

특히 김준수는 "이 노래를 준비하면서 옛날 생각이 물씬 나서 몇 번이나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꿈에 그리던 이미지를 오늘 비로소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형도 나도 포기하지 않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김재중 역시 "정말 잘 해왔구나 싶다.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을 늘 함께 해주신 팬분들, 가족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솔로 무대까지 풍성하게 준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준수는 '타란탈레그라(Tarantallegra)'와 '꽃', '록 더 월드(ROCK THE WORLD)'를 부르며 강렬한 무드로 무대를 채웠고, 김재중은 '디보션(Devotion)', '서머 제이(Summer J)'에 '글로리어스 데이(Glorious Day)'로 에너제틱한 기운을 선사했다. 메인 무대는 물론 플로어석으로 길게 뻗은 돌출 무대까지 신나게 뛰어다니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일본 발매 곡들도 알차게 선보였다. 김준수는 "언제 또다시 할 콘서트일지 몰라서 일본에서 불렀던 동방신기 노래도 해봤다"고 설명했다.

김재중은 "노래하면서 마음이 막…"이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을 현장에서 부르고 있지만 아직도 못 했던 이야기가 참 많다. 말 못할 이야기들이 음악 속에 녹아 있다. 음악을 느낄 때, 노래할 때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김준수는 "노래할 때 팬분들을 보면 울컥하지만 특히 재중이 형 눈을 못 보겠다. (동방신기 시절에) 서서 화음을 넣던 게 생각난다"면서 "그때의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그 시절이 우리에겐 아프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했다. 복잡미묘한 추억들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오늘 우리의 노래를 들으러 와주셨다는 거다. 그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자체가 영광스럽고 기쁘다. 오늘 정말 행복하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함성으로 팬들의 나이대를 체크하자 '30대'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50대 때도 같이 하자"는 말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김준수는 "세대가 넘어가도 계속 뵐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하이라이트는 동방신기 히트곡으로 구성한 앙코르였다. '더 웨이 유 아(The Way I Are)'로 분위기 예열에 들어간 김재중, 김준수는 '주문(MIROTIC)'으로 남은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힘 있게 안무를 소화하면서 고음까지 완벽하게 내뱉으며 '21년차' 저력을 발휘했다. 라이브 퍼포먼스가 휘몰아친 끝에 무대 뒤로 뛰어내리는 연출로 마지막까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추가 앙코르로 '허그(HUG)', '풍선', '러브 인 디 아이스(Love In The Ice)' 무대도 꾸몄다. 데뷔 때가 생각나는 교복풍의 의상을 입고 다시 무대에 나타난 김재중, 김준수는 포인트 안무와 함께 '허그'를 불러 박수받았다. '풍선'은 이동차를 타고 객석을 돌며 가창했다. 공연을 보러 와준 팬들과 직접 눈을 맞추거나 손을 잡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객석을 향해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던지기도 했다.

공연 말미 팬들의 노래에 김재중, 김준수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팬들은 "사랑해"를 연호하며 이들을 격려했고, 두 사람은 '러브 인 디 아이스'로 화답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재중, 김준수의 이름을 따 JX라는 타이틀로 연 이번 콘서트는 서울 공연 이후 12월 14, 15일 일본 사이타마 베루나 돔으로 이어진다.

한편 소속사 측은 이번 공연이 솔로 무대와 JYJ의 '엠티(empty)'를 제외하고 대부분 동방신기의 곡으로 구성된 것과 관련해 "음악 저작권법에 따라서 저작권 사용료만 납부한다면 가창에 있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사람이 해당 곡들의 실연자임을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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