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은행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러시아 매체인 리아노보스티는 8일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11개 금융기관에 에너지 관련 거래를 허용하는 이례적인 조처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제재를 해제한 은행엔 스베르방크, 알파방크, 대외무역은행(VTB) 등 러시아 대표 은행이 포함됐다. 이들의 자회사와 지배기업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은행을 통해 재생에너지, 우라늄 동위원소, 목재 및 석탄 수입 등의 자금 거래가 허용된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다만 재무부는 “러시아 은행 제재 완화는 내년 4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겨울철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 완화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점과 맞물려 있어서다. 러시아 측도 미국의 이 같은 제재 해제에 놀란 분위기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러시아에 대한 정책 변화가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서방 은행들이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동시에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언젠가는 미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공은 워싱턴으로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도 NBC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아직 통화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