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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가계빚 불안에 韓銀 진퇴양난…"이달 금리 내리기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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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한국은행 통화정책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 대통령선거 전후로 급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다소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지만 안심할 수준이 아닌 데다 가계부채 문제도 진정되지 않아서다. 지난달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한 한은이 이달 금리를 연속으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좁혀진 한·미 금리차
7일(현지시간)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75~5.0%에서 연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한국(연 3.25%)과의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양국의 기준금리차는 금리가 높은 쪽으로의 자본 이동을 촉발한다. 미국의 금리가 더 높은 상황은 한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Fed의 금리 인하로 금리 역전 폭이 좁혀지면서 이날 환율은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10원20전 내린 1386원4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Fed가 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에 비해선 한국 통화정책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지만 환율 수준은 여전히 높다. 환율은 9월 말 1307원80전에서 6% 넘게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한 이유다.

한은 금리 결정에 또 다른 핵심 요인인 금융 안정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10조원에 육박한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9월 5조원대로 크게 감소했지만 지난달 다시 6조원대로 반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 불안에도 11월 동결에 ‘무게’
이에 비해 물가와 성장지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강하게 내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3%로 집계돼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렸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사라졌다.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 0.1% 증가에 그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여덟 곳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0.2%포인트 낮췄다. 이 총재도 지난달 “올해 성장률이 2.4%(한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2.2~2.3% 수준을 언급했다. 정부와 학계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런 딜레마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달 28일 열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이달 한은은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미국이 9월에 이어 11월 FOMC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미국은 연 0~0.25%에서 연 5.25~5.50%까지 금리를 급격히 올린 반면 한국은 연 0.50%에서 연 3.50%로 3%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며 “상승 속도가 더뎠던 만큼 하락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처럼 연속 인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로 파악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당초 시장 전망보다 더뎌질 수 있다는 점도 ‘속도 조절론’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트럼프의 확정적 재정정책, 보편 관세 부과 등이 현실화하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미국 대선 및 FOMC 관련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가 우리 금융·경제 여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필요시 적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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