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담배를 제치고 올해 K푸드 수출 품목 1위로 올라선다. 농식품 수출 ‘금메달’이 바뀌는 것은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총 10억2080만달러로 농식품 부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위인 ‘연초류’(9억1830만달러)를 1억달러 이상 앞서고 있어 올해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연초류 수출(10억820만달러)이 라면(9억5240만달러)보다 5000만달러 이상 많았다.
라면을 비롯한 K푸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6억3870만달러로 작년 수준(6억5630만달러)에 육박했다. 농식품 부문 수출 3위 품목이다. 과거 수출 순위표에 없던 떡볶이 등 쌀 가공식품도 올 10월까지 2억4870만달러어치 수출로 7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K푸드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5년 전 69억2000만달러와 비교하면 44.5% 증가한 수준이다.
농식품과 별도 통계로 집계되는 수산물도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산물 전체 수출액은 2014년 20억6700만달러에서 지난해 29억9750만달러로 50% 가까이 늘었다. ‘키 플레이어’는 김이다. 김은 2019년부터 참치를 제치고 수산물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수출액은 2014년 2억744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9250만달러로 9년 새 약 세 배 불어났다.
2000년대까지도 ‘찬밥신세’였던 K푸드가 약진한 배경으로 K컬처와 K콘텐츠가 거론된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덩달아 커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도 K푸드의 진격을 도왔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먹는 ‘간편식’이 부상했는데, 이 과정에서 라면, 냉동 김밥 등 쉽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K푸드가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으로 K푸드의 ‘가성비’가 돋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에서 한국 라면은 5개 묶음에 10달러 안팎으로 팔리는데, 현지 조리 음식과 비교해도 저렴하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체감하는 K푸드의 인기는 통계상으로 나오는 수치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업체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라면 1위 업체인 농심은 올해 미국 제2공장의 생산 라인을 증설했으며, 향후 유럽에 판매 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선 소비자들이 한국 음식을 굳이 ‘현지화’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판매해주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광식/라현진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