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확대 법안이 봇물이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공휴일법 개정안은 6건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임오경 의원은 제헌절(7월 17일)을 다시 공휴일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노동절(5월 1일)과 어버이날(5월 8일)을 공휴일로,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을 국경일과 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냈다.
이처럼 공휴일 확대를 요구하는 중요 논거는 국민 휴식권을 보장하고,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휴일 수는 연간 15일로 이미 미국(11일), 영국(8일), 독일(10일), 프랑스(11일) 등 서구 국가보다 많은 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인당 연평균 실근로시간은 2008~2023년 15년간 2200시간대에서 1800시간대로 뚝 떨어지며 그 감소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내수 진작 효과 역시 불투명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공휴일 하루로 연간 국내 여행 소비액이 4318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지만,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연휴를 6일로 늘렸지만 해당 월 소매 판매는 오히려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반면 생산성 악화 등 부작용은 크다. 기업에는 생산 감소와 수출 중단은 물론 인건비도 부담이다. 대부분 OECD 국가가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정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급휴일제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공휴일에 문을 여는 사업장은 1.5배 가산 임금 등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 평일 하루를 쉬는 날로 바꾸면 3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분석도 있다. ‘휴일 양극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휴일에 일하더라도 유급휴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이런데도 특정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체 공휴일 수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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