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SC) 제형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알테오젠이 일본 대형제약사 다이이찌산쿄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의 SC제형 개발에 나선다.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에 이어 세계 첫 ‘블록버스터’ ADC 항암제에도 알테오젠 기술이 쓰이면서 ‘릴레이’ 기술 수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알테오젠은 SC제형 개발에 필요한 인간 히알루니다제 원천기술(ALT-B4)과 관련해 다이이찌산쿄와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8일 공시했다. 계약금은 2000만달러(약 280억원)이며, 상용화 후 판매 목표 달성 시 수령하는 단계별 기술료는 2억8000만달러(약 3917억원)다.
ADC 의약품을 SC 제형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알테오젠은 미국 머크(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에도 독자 개발한 SC 제형 전환 기술을 적용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이날 주가가 15% 급등했다.
다이이찌산쿄가 알테오젠 기술을 전격 도입한 배경에는 엔허투 특허가 만료된 영향이 컸다. 2033년이면 미국 내 주요 특허가 만료된다. 정맥투여(IV) 방식 항암제를 SC제형으로 바꾸는 것은 다국적 제약사의 주된 특허 방어 전략이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 항암제다.
ADC는 기존의 독한 화학항암제가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항체를 붙여 만든 차세대 항암제다. 엔허투는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려 최근 국제학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유방암 환자 중 주요 유형인 HER2 양성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로 쓰여 지난해 3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약업계는 엔허투가 2029년께 1차 치료제로 격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엔허투가 1차 치료제가 되면 연매출이 20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알테오젠 기술을 적용한 SC제형 엔허투도 이 시점엔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C제형 항암제는 환자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소 부위에 투약하기 때문에 신체 다른 곳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투약 시간도 5~7시간에서 30분으로 줄일 수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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