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달 1일 서울 교대역 근처에 광둥식 고급 중식당 ‘호경전’ 매장(사진)을 열었다. 관계사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만 있는 호경전의 첫 외부 단독 매장이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호텔 식음료(F&B)를 20년 넘게 담당한 지배인이 운영을 맡았다. 개점 첫 주말인 2~3일 낮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반응이 뜨겁다. 호텔 관계자는 “단독 매장은 밤까지 문을 열 수 있어 주류 등 추가 매출이 상당하다”고 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들이 레스토랑, 자체브랜드(PB) 상품 등 차별화 콘텐츠를 ‘독립’시키고 있다. 과거엔 호텔 안에서만 수동적으로 영업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호텔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새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롯데호텔은 이날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모모야마’ 등 호텔 파인다이닝 셰프들의 메뉴를 선보였다. 중식 30년 경력의 셰프가 만든 동파육, 일식 장인의 후토마키와 은대구구이 등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를 판매한다. 워커힐호텔도 오는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프리미엄 한식당 ‘자연’을 열 예정이다.
‘호텔 밖 호텔 레스토랑’의 확산은 외식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텔이 운영하는 고급 식당 수요만큼은 꾸준하다는 게 영향을 미쳤다. 롯데호텔 서울의 ‘모모야마’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지난달 매출이 전달 대비 10% 증가했다. ‘이타닉 가든’ ‘라망 시크레’ 등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도 지난달 매출이 한 달 만에 20% 늘었다.
호텔들은 PB의 판매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워커힐호텔과 글래드호텔은 호텔 안에서만 맛볼 수 있던 메뉴를 가정간편식(HMR)으로 만들고, 쿠팡·마켓컬리·SSG닷컴 등에서 판매 중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호텔 객실과 똑같은 침구를 판매하는 ‘더 조선호텔’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여섯 개 점포에 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의 차별화 콘텐츠를 알리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