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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마약성 진통제' 판매에 동원됐다는 '티핑 포인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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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원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증상이 심한 경우 주의 깊게 처방해야 하는 약물이지만,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대형 제약회사 퍼듀파마가 대규모로 확산했다.

퍼듀파마는 자사가 만든 오피오이드 계열 알약 ‘옥시콘틴’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실험 결과까지 조작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대규모 인센티브 공세로 의사들이 손쉽게 옥시콘틴을 처방하도록 조장했고, 그 결과 미국은 지금 마약성 진통제 대란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맞았다. 어떻게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미국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었을까? 대규모 유행은 언제 그리고 어디서 시작됐는가?


지난 10월 초 미국에서 출간된 책 <티핑 포인트의 복수(Revenge of the Tipping Point)>는 오피오이드 남용이 티핑 포인트의 ‘복수’라고 지적한다. <티핑 포인트>라는 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말콤 글래드웰이 25년여 만에 내놓은 책이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의 25주년 개정판을 쓰려고 마음먹었다가 자신이 주장한 이론 가운데 수정과 삭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책을 선보였다.

기본적으로 <티핑 포인트>에서 소개한 ‘소수의 법칙’ ‘끈적임 요소’ ‘맥락의 힘’ 등 세 가지 대유행의 법칙을 보완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엄청난 대유행이 폭발하기 시작하는 세 가지 추가적인 요소를 소개한다. ‘오버스토리’(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지배하는 공동체의 가치), ‘슈퍼스프레더’(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슈퍼전파자), 그리고 ‘매직 서드’(마법의 3분의 1)다.

글래드웰은 아이디어와 제품 또는 메시지와 행동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바이러스처럼 무섭게 퍼진다고 강조한다. 오피오이드 대란 사태는 일부 세력이 어떻게 대규모 전염병을 퍼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퍼듀파마는 마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범죄 의식이 희박한 마이애미주를 표적으로 삼고(오버스토리), 옥시콘틴을 더 많이 처방할 수 있는 소수 의사에게 집중해(슈퍼스프레드), 전체 집단의 문화나 생각을 바꾸는 데 필요한 ‘3분의 1’(매직 서드) 수준까지 밀어붙였다. 제약회사의 탐욕이 미국을 마약 천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 및 조건과 맞물려 대규모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퍼져나간 사례를 여럿 소개한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다운 글래드웰의 글맛과 여러 학문을 종횡무진 오가며 사례들을 결합하는 능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작은 무질서와 사소한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사고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글래드웰은 뉴욕시가 이 이론을 치안 대책에 활용해 경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불심검문을 강화했더니, 실제로 범죄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특정 인종의 차별을 초래했다는 반론이 나오자, 그는 불심검문을 정당화한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지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25년여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티핑 포인트 이론을 다시 고쳐 쓸 용기를 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커녕 인터넷 연결조차 불안정하던 시절에 쓴 이론을 업데이트했다. 지식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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