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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트럼프 스타일은 속전속결…美 요구에 즉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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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첫 번째로 던지는 질문은 ‘이 나라와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이었습니다. 대미 무역적자 여부가 상대국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우선 기준이 될 겁니다.”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본부장은 201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당시 한국측 수석 대표였다. 50여 개에 달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 요구 사항을 5개까지 줄여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과 전략을 가장 잘 아는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상호주의와 관세 제일주의에 입각해 예측이 어려운 현안 연결과 협상카드로 빠르게 승부를 보는 속전속결형’으로 요약했다. 우리도 기존 통상의 틀을 뛰어넘는 현안 연결과 협상 카드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통상은 산업 정책의 보조 수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있어 통상은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핵심 정책이다.”



▶비슷한 점은 뭔가.
“트럼프 정부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사진 오른쪽)는 자신들의 정책을 ‘노동자 중심의 통상 정책(worker focused trade policy)’이라고 불렀다. 기업의 이윤 향상 등보다 미국의 근로자 계층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년간 미국이 일관적으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대중 견제 강화를 밀어붙인 배경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더 셀 것으로 보는 이유는.
“트럼프의 참모진과 공화당의 인재 지형이 바뀌었다. 트럼프 1기 때는 무역확장법 232조(모든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에 반대해 사표를 낸 게리 코언 국가경제위원회 이사, 러스트벨트(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역)를 지역구로 뒀음에도 관세 일변도의 정책에 반대한 롭 포트먼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등 자유무역 지지자들이 있었다. 지금 트럼프 주변과 공화당에는 관세를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믿는 인사들 뿐이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겠다는 보편관세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나.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과 전략을 알아야 한다. 냉전시대였던 1986년 마지막으로 썼던 무역확장법 232조(모든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를 2017년에 꺼내든 정부다.”

▶우리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데.
“트럼프가 다른 나라와 경제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역적자 여부다. 동맹국인지, FTA 체결국인지는 중요치 않다. 한미 FTA가 체결돼 있는데도 한국이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철강 관련 추가관세 대상국에 지정된 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왜 관세를 중시하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수단인 동시에 협상 수단이기 때문이다. 관세를 높이면 되는데 왜 돈을 줘서 오나라고 생각한다.”

▶상호주의와 관세 만능주의 외에 트럼프의 협상 전략과 스타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연계 전략을 토대로 의외의 카드를 꺼내든다. 멕시코와는 통상 협상을 하면서 느닷없이 불법이민 이민 문제를 연계시켰다. 이견이 발생했을 때 실무그룹을 구성하거나 추가 검토를 한다는 식의 시간 끌기는 안통한다.‘두 달 안에 합의가 안되면 바로 조치를 취한다’는 식이다.”

▶‘죄수의 딜레마(각자의 이익만 고려한 선택이 모두에게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 전략을 활용한다고도 들었다.
“2017년 전세계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할 때 한국 호주 등 몇 개국에는 두 달간의 협상 기간을 줬다. 먼저 협상에 나서는 국가에는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식으로 상대국을 각개격파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무역적자가 크게 늘었다. 2017년 한미FTA 재협상 당시 130억달러 수준이었던 대비 무역흑자(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적자)가 지난해 445억달러로 늘었다. 트럼프가 두번째로 중시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역시 무역적자에 큰 기여를 한다.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선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한미 FTA를 언급한 적이 없다. FTA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기보다 자동차 같은 특정 분야를 딱 집어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은.
“2017년 협상에서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최대한 빨리 응해 3개월 만에 협상을 타결지었다. 중간 선거 전에 트럼프 행정부에 ‘작은 승리’를 주고 실속을 차리는게 낫다는 판세 분석의 결과였다. 시간을 끌었던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에서 멕시코는 훨씬 불리한 협상결과를 받아들었다.“

▶미국의 속도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다.
“미국의 협상 페이스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상대의 요구에 적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틀을 깨는 연계 전략을 구상할 필요도 있다. 통상의 범위를 좁히지 말고, 자동차와 방산협력 등을 엮을 필요가 있다.“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방어논리는.
“‘한국이 지난해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한 나라’임을 강조하지만 미국은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투자일 뿐’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의 무역흑자가 미국에 어떤 플러스가 되는지 논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접근방식도 중요하겠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미국의 최우선 순위가 멕시코와 중국 등 다른 나라라는 점이다. 미국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할 일을 만들지 않도록 통상 현안을 관리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통상 당국의 역량은 어떻게 보나
“2017년 한미 FTA 재협상 때 2006년 첫 FTA 협상에 참여한 사람은 나와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 밖에 없었다. 지금은 재협상 당시 협상팀이 대부분 현직에 남아있다.”

정영효/황정환/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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