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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과 협력 필요"…20조 美 함정 MRO시장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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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마디에 국내 조선·방산업계가 들썩였다.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온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이 한국 조선업체에 함정 건조와 정비·수리·운영(MRO)을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함정 시장을 뚫으면 다른 우방국의 군함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러브콜’ 보낸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윤 대통령과 좀 더 이야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축하 전화에서 특정 산업을 콕 집어 협력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이 이 분야를 가장 시급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패권을 놓고 중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산업 명맥이 거의 끊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3%에 그쳤다. 군함을 수리할 수 있는 MRO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는 MRO다. 미 해군의 MRO 예산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 업체에 일감을 주면 태평양 함대의 비전투함이 1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MRO 사업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군함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은 300척 이하로, 중국 해군(340척)보다 적다. 중국이 수년 내 400척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미국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군함 건조를 발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적인 군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이 수요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미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급유함, 구조선, 유도미사일함 등 모두 포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조선업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방산 비중이 높아지면 상선 업황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진행 중인 호주 수상함,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LNG선 수요도 늘어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미 해군의 MRO 사업을 따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업계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따냈다. 6월엔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군함은 현지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 규제를 맞추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도 현지 조선사를 인수하거나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당장 현지에 대규모 투자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미국 정부가 존스법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력 발전을 오히려 키울 것이란 전망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호재다. 향후 현지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최근 천연가스 생산량보다 LNG 운반선 공급이 많다는 우려에 운임이 떨어졌는데, 이런 상황이 개선되면 LNG선 발주가 늘 것으로 관측된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은 국내 조선 3사가 중국을 압도하는 몇 안 되는 선종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중국 조선사를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조선사가 독식할 수 있는 구조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이날 증시에서 HD현대중공업(15.13%), 한화오션(21.76%), 삼성중공업(9.17%), HD현대마린솔루션(8.11%) 등 조선업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군함에 기자재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도 수혜 기업으로 꼽혀 주가가 각각 9.79%, 3.66% 상승했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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