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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트럼프의 '머니머신'을 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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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1월 첫 방한 때 평택 미군기지를 찾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청구서를 내민 그를 설득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기획이었다. 50억달러(약 6조원)는 당시 분담금 9200억원의 6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한국 정부가 100억달러를 투입해 미군 해외기지 중 최대·최첨단 기지를 구축했다고 설명할 때는 몸을 뒤로 젖힌 채 도통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게 당시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증액 규모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는지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평택기지를 워싱턴DC 지도 위에 겹쳐 놓고 6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지원사격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분담금은 2020년부터 6년간 매년 1조1833억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퇴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담금을 대폭 늘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미국 대선 기간에 ‘머니머신 한국’의 분담금을 100억달러로 증액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지 모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더욱 짙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뿐 아니라 그의 돌출성 캐릭터도 트럼프 1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각국 지도자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대선 전날인 지난 5일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팁이 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소개했다. 매체는 회고록 중 “무례하고 거칠다는 지적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솔직해서 좋았다”는 평가를 언급하며 ‘관계의 거래적인 성격 인정’ ‘최초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자존심 활용’ ‘강경한 행동을 두려워하지 말 것’ ‘애국심 활용’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인재 영입’ 등 다섯 가지 전략을 인용해 조언했다.

트럼프는 전통적 우방과 국제질서보다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의 거래적 협상을 중시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졌다. 한·일 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갈등 때도 이런 스타일은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실행하기 한 달 전인 2019년 6월 방한한 그에게 우리 측은 중재를 부탁했다. 일본의 조치가 부당할 뿐 아니라 미국의 핵심 우방 간의 갈등이니 조율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자리에 배석한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이 잘 풀어보라’며 발을 빼더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거래적 리더십은 때론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 탄두 1t 탑재 시 최대 사정거리 500㎞로 묶여 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은 42년 만인 2021년 전격 폐기됐다. 사거리 제한 탓에 미국의 부담도 늘어난다는 우리 측 주장에 트럼프는 “아니, 그런 제약이 있었냐? 당장 풀자”며 한방에 정리했다.

기성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이제 상·하원은 물론 대법원까지 우군으로 확보한 노회한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더 강력해진 트럼프 2기는 기존 국제질서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이다. 두 번 이상의 대통령직 수행을 허용하지 않는 미국 헌법에 따라 트럼프에겐 앞으로 4년이 마지막 임기다. 1기 때는 연임을 위한 성과가 중요했다면 2기 때엔 국익 외에 자신의 명예욕을 위한 외교 행보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의 ‘갈등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어 할 것이다. 재임 시절 유엔대표부를 통해 김정은과 서신을 주고받은 만큼 북한 문제도 우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한층 강력해진 트럼프 2기는 통상뿐 아니라 외교, 안보 전반에 거센 파도를 몰고 올 전망이다. ‘거래적 리더십’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국가적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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