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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큐레이터도 놀랐다…19세기 명작 품은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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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속 은은한 가로등 불빛, 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의 작디작은 꽃잎들이 눈앞에 살아 움직인다. 고흐의 날렵한 콧날과 눈동자를 그려낸 붓질이 눈앞에 선명하게 살아나는 순간. 19세기에 그려진 명작 회화 127점이 생생하게 전시되는 이곳은 프랑스 파리가 아니다. 부산 영도에 문을 연 ‘아르떼 뮤지엄’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스트릭트는 지난 7월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열었다. 제주와 여수, 강릉에 이어 국내 네 번째, 세계 여덟 번째 전시관이다. 면적만 5619㎡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문을 열자마자 하루 4000명 이상이 다녀가는 아르떼뮤지엄 부산엔 10월 내내 긴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갈 정도로 연일 인산인해였다. 9월 25일 첫 공개된 ‘오르세 특별전’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인 오르세미술관과 디스트릭트가 1년6개월 남짓 손을 맞잡고 오르세 소장품을 디지털 아트로 재탄생시켰다. 약 한 달간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다녀간 사람은 48만 명. 지난달 21일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찾은 에두아르 파페 오르세미술관 수석큐레이터(사진)를 전시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19세기 조각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미술사학자이기도 한 그는 1996년부터 오르세에서 일했다. 이번 오르세 특별전 책임자로 참여했다.

“첫인상부터 강렬했습니다. 1년 넘게 협업했지만, 실제 구현된 건 처음 봤는데 그저 놀랍습니다. 익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명작들이 전혀 새로운 판타지처럼 느껴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고흐의 원래 그림이 저랬었던가, 생각했죠.”

전시는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 사조의 흐름을 따라 과거 기차역이었던 오르세미술관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바르비종을 거쳐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미술을 탐구하며, 파리 시내로 이어진다. 인상주의 화가인 마네, 르누아르, 카유보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파페 큐레이터는 “그림만 그저 디지털화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과 과거의 자연, 맥락들을 표현해 오르세 기차역을 재구성한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오르세미술관이 한국 기업과 디지털 미디어아트 작업을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만 점의 소장품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라 수많은 협업 제안이 왔지만 이들이 수락한 건 디스트릭트가 처음이었다. 그는 “디스트릭트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작업 등으로 알고 있는 회사였다”며 “오르세를 와본 사람도, 와보지 못한 사람도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프로젝트여서 흔쾌히 공동 작업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프랑스 곳곳을 누빈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는 드가의 무용수들을 볼 수 있고, 카바레와 캉캉 문화에서는 로트렉의 예술을 새롭게 보여준다. 모네의 정원, 남프랑스 인상주의 정물화도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고갱과 세르지에의 강렬한 후기 인상주의 작품을 거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속 별빛들이 다시 오르세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아르떼뮤지엄을 이미 방문한 적이 있다면 조금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 있겠다. 아르떼뮤지엄은 구스타브 클림트, 빈센트 반 고흐 등 기존 19세기 명화들로 작업한 이력이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과 실시간 그래픽 응용프로그램 엔진인 언리얼 프로그램이 쓰였다. 그림을 단순히 대형 화면에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품을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술로 왜곡 없이 복잡한 디테일과 섬세한 장면을 더 극대화했다는 얘기다. 높이 6.5m, 약 595㎡ 규모의 대형 공간에서 오르세의 명작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파페 큐레이터는 “부산에 이어 여수, 강릉에도 공개되는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한국 밖에서 보여줄 기회도 있을 것”이라며 “디스트릭트의 기술 및 감성이 오르세의 명작과 만나 여러 계층과 국가의 사람들에게 관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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