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통화 에이전트(비서) ‘익시오’를 7일 출시했다. 서버나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는 세계 최초의 ‘온 디바이스 AI’ 통화 비서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2조~3조원을 AI에 투입해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했다.
○“꼭 필요한 AX서비스로 승부”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이날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간담회를 열고 익시오 출시를 알렸다. 황 사장은 “요즘 강력한 AI 원천기술은 많지만 그 속도를 응용서비스가 못 따라가고 있다”며 “일상에서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AI 응용서비스로 가장 앞서나가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그는 익시오에 대해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AI 통화 비서’라고 소개했다. 익시오를 앞세워 AX컴퍼니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황 사장은 “아직까지 이용자를 사로잡은 혁신적인 AI 서비스는 눈에 띄지 않는다”며 “익시오는 통화 영역에서 꼭 필요한 AX 서비스를 담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AI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간다. 황 사장은 “연간 4000억~5000억원 정도는 AI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라며 “2028년까지 누적 투자 규모는 2조~3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체 매출에서 비(非)통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5년 내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달성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당장 익시오로 수익화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황 사장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수익화하는 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AICC(AI 고객센터) 등 기업 간 거래(B2B)부터 수익화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구글 등 빅테크와 협력하며 관련 사업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익시오를 인터넷TV(IPTV)와 사물인터넷(IoT) 등에 결합해 ‘AI 홈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황 사장은 “빅테크와 경쟁하지 않고 협업할 것”이라며 “구글과 차별화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온디바이스로 보안성 차별화
익시오는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통화 녹음 및 요약 기능 등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제공한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과 구글의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함께 적용했다.특히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AI가 실시간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기능은 세계 최초다.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통화를 종료하도록 경고한다. ‘전화 대신 받기’는 AI가 대신 전화를 받아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는 기능이다. 통화 내용을 AI가 즉석에서 텍스트로 변환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주는 ‘보이는 전화’도 제공한다.
LG유플러스에선 경쟁사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과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도 온디바이스를 지목했다. 에이닷의 AI 기술 방식은 클라우드이고, 익시오는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서비스 대부분 기능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구현했다”며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식이어서 보안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음성 데이터가 서버를 거치지 않는 상태에서 ‘통화 녹음 및 요약’을 제공하는 것은 익시오의 특징이다. 전화 대신 받기와 보이는 전화도 익시오에만 있는 기능으로 꼽힌다.
황 사장은 “1년 안에 최소 100만 명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유료 프리미엄 버전 도입이나 글로벌 출시는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뒤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익시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제한됐다. 아이폰14 이상, iOS17 이상 운영 체제에서 이용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내년 1분기에 출시한다. 이날 익시오는 앱스토어 일일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사용자가 대거 몰리면서 이날 오후 통화기능 일부에서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