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2부 리그'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기가 도래하면서 성장주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부추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사실상 결정된 점도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가 시장 내 '좀비기업' 퇴출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코스닥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따른 수급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이달 6일까지 14.2%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3.5% 빠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4배 이상 높다. 나라 밖 증시와 비교해도 부진한 흐름이 두드러진다. 코스닥이 표방한 나스닥지수는 이 기간 22.8% 뛰었으며 △중국 상해종합지수(13.7%) △대만 가권지수(29.5%) △일본 닛케이225지수(18%) 등 아시아 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메말라가고 있다. 이달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6일 기준 6조1769억원으로 지난 1월(10조4961억원)과 비교하면 41.2% 감소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798억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은 상장 기업들은 많은데 그만큼 이익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부실기업들도 많아 구조적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은 쉬워도 시장 밖으로의 퇴출이 어려운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면서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는 총 1763개사로 코스피(846개사)의 두 배가 넘는다. 또 우량 기업들이 하나둘 코스피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점도 코스닥의 저평가를 심화한다는 진단이다.
다만 앞으로 코스닥시장에 주목한 투자 대응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우선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4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한국은행도 3년2개월 만에 통화완화로 정책 방향을 튼 점이 코스닥시장의 투자심리를 개선할 것이란 설명이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은 성장주인데, 통상 이들은 미래 가치를 현재로 환산해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 할인율이 낮아져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보다 강하게 유입돼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간 증시의 발목을 잡은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결정되면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도입에 따른 개인 자금 이탈 우려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에서 더 컸다"며 "그간 개인들은 연말 금투세 시행에 따른 수급 이탈 우려로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주식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코스닥시장이 개인의 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금투세 폐지 결정이) 장기 투자 관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닥시장의 수급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150 동일가중, 코스닥 중형주와 소형주 수익률과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상관관계는 각각 25.5%, 23.3%, 27.7%였다"며 "거래대금 증가로 개별 종목 효과가 더 강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건강관리, 경기 관련 소비재를 가장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체질 개선에 나선 점도 수급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는 지난 7월 '증권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해외 시장의 좀비기업 퇴출 제도를 분석해 우리나라 시장에 맞는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해 좀비기업의 적시 퇴출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좀비기업에 묶여있던 자금들이 빠져나와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어 수급상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코스닥시장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