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공약과 발언이 전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자동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환율 하락, 관세 부과, 친환경차 정책 후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련 불확실성은 주가에 선반영돼 추가 하락 확률은 낮다고 봤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송 연구원은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할 요소로 원·달러 환율을 꼽았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 중 해외 비중이 82%에 달하기 때문이다. 작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22년에 비해 9조7000억원 늘었는데, 환율 상승 기여분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송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97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달러 강세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해왔다"며 "재집권 후 환율이 실제 하락할지 지켜봐야 한다. 환율과 같은 거시변수는 의지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70원에서 시작해 1년 후 1060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퇴임 시 1100원을 기록했었다. 현재 환율은 당시 평균보다 300원가량 높다.
관세 정책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등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송 연구원은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발 대미 수출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익성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 그룹이 현지 생산을 늘려 왔지만, 현지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도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및 관세 부과로 멕시코 공장의 전략적 이점도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관세를 늘리며 개인세, 법인세를 인하하면 부정적 효과가 일부 상쇄될 것으로 봤다. 자동차 소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 기업평균연비규제제도(CAFE) 수정 등 친환경차 정책 변화도 예고했다. 관련 제도가 도입되면 미국 전기차 시장 상승세는 꺾일 전망이다.
송 연구원은 "한국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이외에도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차 정책 후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중립적'인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책 변화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판매에 대한 규모의 경제 달성을 더디게 하기에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송 연구원은 "중국의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이 자국 내 판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격차 확대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더쉽을 테슬라 및 중국 전기차업체로 고착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의 집권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있고 시장 대응력도 뛰어나다는 판단에서다. 송 연구원은 "이미 주가에 관련 불확실성을 선반영해 오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