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제대로 공략"...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미국디자인센터
하학수 현대미국디자인센터장(상무)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도시 어바인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미국디자인센터의 역할에 대해 "북미 자동차 트렌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현대미국디자인센터가 걸어온 과정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도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현대 캘리포니아 스튜디오가 199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HDC-1'은 과감한 근육질 차체 디자인으로 한때 국내 젊은이들을 들뜨게 했던 스포츠카 '티뷰론'의 기반이 됐다. 이 차로 당시 미국에선 낯선 한국 브랜드였던 현대차는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시장 주력 판매 모델이 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시작도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에서부터 시작됐다. 콘셉트카 'HDC-4'가 바로 그것이다. 울퉁불퉁하고 유선형인 차체 곡면이 특징인 머슬 디자인을 콘셉트로 내놨다.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이 콘셉트카는 1세대 싼타페로 출시돼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2003년 현대미국디자인센터로 이름을 바꾼 이곳은 연면적 약 3만82㎡로, 50여명이 일반적으로 1년에 풀체인지 모델 기준 5개 차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야외품평장, 실내 품평장, 클레이 모델을 작업할 수 있는 CNC 가공기 등의 시설을 갖췄다.
북미 시장에 선보인 현대차 상당수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북미 전용 중형 픽업트럭 모델 싼타크루즈가 대표적이다. 오프로드 특화 트림 'XRT'은 미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택한 현지 차별화 전략이다.
하 센터장은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 디자인 경향에 대해 "이전에는 차가 멋지기만 하면 됐는데 최근에는 기술이나 소비자들 요구, 세계적 추세가 빠르게 바뀌다 보니 매번 차를 디자인하면서 더 어렵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그럴수록 우리의 브랜드의 방향성을 믿고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혹평받던 현대차 디자인...글로벌 선도하는 브랜드로 우뚝
현대차는 최근 차별화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이자 고수익 시장인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미국에서 약 66만대를 판매했으며 전기차,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인기에 힘입어 전동화 전환을 확대하고 있다.현대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4만8297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28.2% 늘어난 9만3683대 팔았다.
현지에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는 디자인이 꼽힌다.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에 비유되며 '싸구려' 취급하던 영국의 유명 자동차 TV 프로 BBC 탑기어까지 최근 현대차를 '인기 차량'으로 꼽았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의 여러 권위 있는 디자인 시상식에서 수상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미국 산업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3대 디자인 대회이자 북미 최고 디자인 대회인 '2024 IDEA 디자인 어워드' 자동차·운송 부분에서 아이오닉 5N(금상), 싼타페(동상), 싼타페XRT(입상), 제네시스 GV80 쿠페(입상) 등이 선정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2023 굿 디자인 어워드' 운송 부분에서 N 비전 74, 아이오닉6, 그랜저, 코나 등 4개의 제품이 선정되기도 했다.
어바인(캘리포니아)=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