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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패션’ 최태원 AI 비전 발표에 3만명 ‘들썩’…AI 패권경쟁 우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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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웨이저자 TSMC CEO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물들이 코엑스에 총출동했다. 지난 11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기조연설 중 영상으로 깜짝 등장한 것이다.

이틀간 진행된 이번 행사는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열렸다. 전 세계 AI 대표 기업인과 학자, 전문가, 일반 관람객 등 3만여 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여할 정도로 AI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5가지 걸림돌 해결책은 ‘글로벌 AI 협력’


“AI는 혼자서 혁신하기 어렵다.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다.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분야 세계 최고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SK하이닉스)와 데이터센터(SK텔레콤), 에너지 공급망에서 SK그룹이 AI 인프라 구축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관련 많은 난제를 다양한 리더들과 손잡고 풀어야 한다며 글로벌 AI 리더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공대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체크무늬 셔츠와 검정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무대에 올라 직접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최 회장이 글로벌 빅테크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AI 발전을 위한 협력에 최선을 다하는 AI 리더십을 선보이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회장은 올해 4월 젠슨 황 CEO를 만난데 이어 웨이저자 TSMC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등 글로벌 AI 거물들을 잇따라 만났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과에는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5가지 보틀넥(병목현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 및 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공정 설비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전력)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를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이어 “SK와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보틀넥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인터넷 시대의 진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면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양질의 데이터 확보, AI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엔비디아 “HBM4 6개월 더 빨리”…SK ‘즐거운 비명’


엔비디아, TSMC와의 굳건한 ‘AI 반도체 삼각동맹’도 과시했다. 최 회장은 최근 젠슨 황 CEO와 만났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젠슨 황 CEO가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당겨달라고 요청했다”며 “곽노정 SK하이닉스 CEO에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했더니 ‘할 수 있다’고 해서 그에게 6개월 당겨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올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데 이어 지난 10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4분기 출하를 앞두고 있다. HBM4 12단 제품은 내년 출하하고 오는 2026년 수요 발생 시점에 맞춰 HBM4 16단 제품 출시도 준비한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매년 새로운 버전의 더 좋은 칩을 내놓으면서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있다”며 “즐거운 비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SK하이닉스는 그것 때문에 더 바빠진다”고 말했다.

이날 젠슨 황 CEO는 데이비드 패터슨 UC버클리대 교수와의 영상 대담을 통해 SK와 파트너십과 HBM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협업으로 더 적은 메모리로 더 정확한 연산을 수행하고 동시에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했다”며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한 HBM 메모리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HBM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는 “현재 HBM 메모리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 속도는 매우 훌륭하지만 여전히 AI는 더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나델라 MS CEO의 영상 메시지를 소개하며 “AI 데이터센터에 상당히 많은 전기 에너지가 들어가는 만큼 전력의 규모도 문제지만 탄소발자국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SK가 다양한 기술과 역량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가 투자한 테라파워의 SMR(소형모듈원전) 사업 △SK에코플랜트의 분산형 전원 공급 솔루션 사업 △SK엔무브의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사업 △SKC와 앱솔리스의 유리기판 사업 등을 소개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관련한 일화도 전했다. 최 회장은 “모리스 창 창업자와 20년간 알고 지내왔다. 10여 년 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관련 조언을 구했을 때 ‘반도체 분야는 미래가 밝다. 동업자가 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며 “TSMC가 고객을 위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인연을 전했다.




삼성·SK 나란히 AI 행사…HBM 주도권 자신감


SK그룹의 AI 서밋은 삼성전자의 ‘삼성 AI 포럼’과 같은 날짜에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SK의 경우 기존 테크서밋을 올해 규모를 키워 글로벌 행사로 격상했다. 최 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에 나서는 행사인 만큼 행사 규모를 키운 것에 총수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했던 행사를 올해는 산학계 관계자만 초청해 비공개 형태로 진행했다. SK 행사는 총수가 직접 이끌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7조300억원, 매출 17조57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첫 영업이익 7조원 달성이자 삼성전자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실적도 넘어선 성과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3분기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냈다. HBM 주도권을 놓치며 실적이 주춤한 삼성전자 반도체 전반에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비공개 행사로 방향을 잡은 데에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SK AI 서밋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 전략 비교에 대한 질문을 받고 “AI도 여러 가지 종류와 여러 가지 어프로치(접근)가 필요하다. 접근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잘한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삼성은 많은 기술과 자원을 가지고 있고 AI 물결을 잘 타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SK AI 서밋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웨이저자 TSMC CEO가 영상으로 깜짝 등장하며 SK하이닉스와의 견고한 동맹을 증명했다.

최 회장이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도 16단 HBM3E 제품의 출시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AI 패권 경쟁에서 SK그룹이 우위에 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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