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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판즈 그림 두 점으로 수십억 세금 냈다"…미술시장도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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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를 예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납하는 미술품 물납제도가 본격 시행되며 국내 미술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된 1호 물납품이 그간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예술 향유 폭도 커졌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기증이 글로벌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미술품 물납제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물납 허가를 받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반입된 작품 4점에 대한 소장품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미술품 물납제가 도입된 이후 첫 사례다.

눈에 띄는 작품은 쩡판즈(60)가 그린 두 점의 ‘초상’ 연작이다. 해외 컬렉션이 상대적으로 아쉽다고 평가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다양성과 질을 끌어올릴 계기가 됐기 때문. 국립현대미술관이 쩡판즈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미화 미술관 소장품자료관리과장은 “그간 작품 수집 경로가 구입, 기증, 관리 전환이었는데 물납제 시행으로 좋은 작품을 수집할 경로가 추가돼 고무적”이라고 했다.

웨민쥔, 장샤오강, 팡리쥔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으로 불린 쩡판즈는 200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 회화를 대표한다. 중국의 현실과 체제적 한계를 풍자한 작품 ‘최후의 만찬’이 2013년 홍콩 경매에서 약 250억원에 낙찰돼 가장 비싼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초상’은 ‘고기’ ‘가면’과 함께 쩡판즈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 시리즈다. 1990년대 ‘가면’ 시리즈로 체제적 모순과 이 속에서 갈등을 겪는 중국 현대인의 허영 및 고독을 표현한 쩡판즈는 2000년대 들어선 내면의 불안과 인간 소외를 화폭에 담아냈는데, 이런 경향은 탄탄한 외형이 마치 연기처럼 흩어지는 듯한 ‘초상’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에 해당 작품이 출품됐을 당시 11억5000만~15억원의 높은 가격표가 매겨진 이유다. 문체부가 물납신청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한 ‘미술품 물납심의위원회’에서도 보존 상태와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모두 기대 이상으로 국가가 소장하기에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렸다.

한 위원은 개별 심의를 통해 “해당 작품은 2000년 이후 선보인 ‘초상’ 연작의 대표작으로, 소장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내 미술계에선 쩡판즈 작품의 첫 국립미술관 소장을 계기로 미술품 물납이 보다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이 연간 47억원 수준에 불과해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소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물납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다.

정준모 한국 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상속세 등 세금을 현금으로 마련하느라 미술품을 처분하는 사례가 있는데, 급하게 매각하느라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경매 수수료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미술품 물납제가 활성화되면 수집가도 제값을 인정받고, 훌륭한 컬렉션을 많은 국민이 함께 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한국경제신문-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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