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대상지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은 수도권 5만 가구 공급을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수요자가 원하는 곳과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 정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상을 둘러싼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 핵심 수요층인 3040세대가 선호하는 도심 인접 지역과 역세권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 확충 효과가 클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 급등은 주택 공급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한 만큼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만 가구 중 2만 가구가 서울에 공급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공급 규모가 ‘8·8 대책’ 때보다 1만 가구 더 늘었다”며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이 포함된 데다 1기 신도시 재건축과 3기 신도시 입주까지 고려하면 수요자는 2030년부터 5년간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많아질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가 향후 일자리가 쏟아질 지역의 배후 주거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리풀지구 인근에는 양재 인공지능(AI)산업특구, 하림그룹의 양재동 복합개발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경기 의왕도 인근에 군포산업단지와 공단이 있다.
서울 2만 가구 중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이 1만1000가구에 달해 시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를 앞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처럼 1만~2만 가구 규모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인접 10㎞ 내 도심 접근성이 좋은 택지를 공급한다는 면에서 정부의 공급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강남구 세곡동, 경기 과천 갈현동, 하남 등지에서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바라는 시장의 기대에는 다소 벗어난 입지 선정”이라고 했다.
이번 정책의 최대 관건은 토지 수용·보상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위원은 “그린벨트 중 사유지가 많은 곳의 보상 분쟁을 최소화해야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도 “토지 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목표 시점인 2031년 입주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