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본을 활용해 기업 구조조정을 돕는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순항하고 있다. 구조조정 투자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구조혁신펀드 수익자인 정책기관과 시중은행에 이날 기준 5338억원의 분배를 완료했다. 지난해 6월 구조혁신펀드 첫 수익 분배 후 약 1년4개월 만의 성과다. 2018년 조성된 구조혁신펀드 1호의 투자 기한(8년)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수 속도가 기대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분배 완료 액수는 구조혁신펀드 1호 3256억원, 2호 1202억원, 3호 880억원 등이다.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는 국책은행에만 의존했던 기업 구조조정의 참여 주체를 확대하고 투자 방식을 다변화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중소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포함)과 국민은행,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키움증권 등 민간 금융회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모펀드 운용사인 성장금융도 펀드 후순위로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130개 기업에 약 4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1호 펀드는 조선, 건설중장비, 철강 분야의 중견·중소기업에 자금을 투입했다. 2호 펀드는 시장의 부채성 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부채투자 전용 펀드’를 기획했다. 3호 펀드엔 ‘루키 리그’를 신설했다. 역량 있는 신생·소형 운용사의 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1호 펀드 투자 기업인 차량 부품사 명신산업은 2016~2017년 완성차 기업들의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구조혁신펀드 투자를 받은 뒤 실적이 크게 개선돼 코스피시장 상장에 성공해 펀드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이 회사 매출은 펀드 투자를 받기 전 3442억원에서 회수 시점 1조107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역시 1호 펀드 투자를 받은 선진정공은 한때 굴삭기 시장의 침체와 단일 매출처였던 두산인프라코어의 벤더 분산 정책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파산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구조혁신펀드 투자를 받은 뒤 경영을 개선하면서 매출이 늘었고 약정된 수익률로 회수가 완료됐다.
한국성장금융이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해 투자 전략을 짠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사전적 구조조정 대상에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여행 플랫폼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3호 펀드에서 유동성을 공급받았다. 이후 폭발한 여행 수요에 대응해 실적을 끌어올렸고 회수에 성공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조혁신펀드는 투자 전략을 다양화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급박한 구조조정 수요에 대응해 시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구조혁신펀드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과 다수의 정책 펀드 운용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험자본 시장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한국성장금융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이 출자해 설립한 모펀드 운용사다. 구조혁신펀드를 비롯해 성장사다리펀드, 다수의 정책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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