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36.03

  • 34.79
  • 1.39%
코스닥

698.33

  • 21.32
  • 3.15%
1/3

[조일훈 칼럼] 대통령의 위기, 대통령의 무한 책임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예고된 재앙은 태풍이나 토네이도를 닮았다. 미리 예측해도 발생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유일한 대응책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경로에 방파제를 쌓고 시설물을 점검하며 선제적 대피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가 아니라 정부의 몫이다. 우발적 재난이든, 예기치 못한 위기든, 국민은 모든 책임을 정부에 묻는다. 세금을 걷어 예산을 쓰고 수많은 공무원과 조직을 거느리는 만큼 극히 온당하다.

국회는 태생적으로 지식과 전문성을 축적하지 않는다. 선거가 되풀이될 때마다 물갈이가 이뤄지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탓에 그럴 겨를도 없다. 혹여 의원 개인의 전문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리당략이 우선이다. 그래서 4성 장군 출신이 안보 문제에 엉뚱한 발언을 내놓거나 의사 출신이 의료개혁의 본말을 전도하는 경우를 왕왕 목격한다. 그들은 정책의 합리성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과 확장을 먼저 따진다. 주된 관심은 표와 공천과 권력이다. 그래서 무려 5선 국회의원이 한낱 정치 브로커에게 온갖 핀잔과 수모를 당해도 묵묵히 참아낸다. 유감스럽게도, 정당은 대개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에 멋도 모르고 이런 세계로 밀려들어간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의 불의에 맞서 탄압을 자초한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로 야인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점, 모양새까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결정해야 했다. 공당의 체계적 보좌를 받지 못했으므로 부족한 주변 인맥들을 계속 점 조직처럼 연결해갈 수밖에 없었다. 명태균도 그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다급한 와중에 옥석을 가릴 틈이 없었을 것 같다. 취임 직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건도 그렇다. 친북 목사의 위해적 공작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막 잡은 권력에 취한 탓인지 분별력도 없었다. 경위야 어찌 됐든 윤 대통령 부부는 깔끔하게 주변을 정리하지 못했다. 김 여사의 잘못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포기했다.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의 적대적 공격과 여당의 비우호적 태도에 부담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국민과 국가의 미래에 무한책임을 진다. 취임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정해진 숙명이다. 4대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엄중함을 직접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어야 옳았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대한민국 미래의 위기다. 우리는 이미 몇 가지 예고된 위기를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구재앙과 성장동력 약화, 외부적으로는 국제질서 급변에 따른 외교 안보지형의 불안이다. 미국 대선의 향방과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예삿일이 아니다. 사후적으로 대응하기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위기 대응과 극복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의 협력이 없더라도 정부 수반인 대통령 책임이 덜어지진 않는다.

윤 대통령이 내일 대국민 담화 발표에 이어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해야 할 시기에 이런 일정을 잡았다는 현실이 착잡하기만 하다. 국정 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수습책이 필요하다. 한번 경로를 정한 태풍은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 피할 길도 없다. 총력을 다한 선제적 방비와 사후적 복구만이 정답이다. 사과와 해명을 해봤자 이미 권력의 약세를 확인한 야당과 언론이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이제 접어야 한다. 시민사회의 건강한 상식과 사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돌이켜 보면 자신도 그 덕에 대통령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선진국에서 다시 초일류 국가로 가는 길목을 책임진 지도자다. 달라진 국가 품격과 위상에 걸맞은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녹취록으로 한창 재미를 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대장동이나 위증교사, 돈봉투 사건을 보더라도 녹취록이 용산과 여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명태균 같은 사람을 자꾸 써먹기 시작하면 내밀한 사적 문자나 녹음 파일 같은 것을 정치 상품으로 공인하는 꼴이 된다. 언젠가 자신들에게도 돌아갈 부메랑이다. 퇴진과 탄핵을 외치더라도 싸움 수준은 높였으면 좋겠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