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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홍보 위해 가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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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예민하던 열네 살 여중생 시절, 목걸이에 긁힌 작은 상처에서 시작한 피부질환이 온몸을 덮었다. 가벼운 자극에도 피부가 부풀어 올랐다. 2019년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탈리다쿰(Talitha Koum)을 창업한 채문선 대표(37) 얘기다.

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애경 3세’의 사업 스토리를 듣기 위해 5일 서울 논현로 본사에서 만난 채 대표는 학창 시절 ‘피부병과의 전쟁’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이곳저곳 병원을 돌아다니며 스테로이드 약을 먹고 방사선 치료까지 했지만, 질환은 끊임없이 반복됐다”고 했다.

2013년 결혼한 채 대표는 아이 셋을 낳았다. 약을 못 먹는 임신 기간, 철저히 관리해 억눌러왔던 피부 질환도 출산 후 다시 심해졌다. “이것저것 써보다가 우연히 염증성 질환에 좋다는 하얀 민들레에 대해 알게 됐어요. 효과를 체감하고는 이 재료로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처음엔 회사를 세우겠다는 생각까진 아니었다. ‘나한테 좋으면 피부가 연한 아이들, 피부가 거친 남편(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도 효과를 보겠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흰 민들레를 들고 몇 개월을 전국 화장품 연구소를 찾아다녔습니다. 수많은 연구소에서 퇴짜를 맞고 딱 한 곳에서 제안을 수락해 개발에 들어갔는데, 화장품이 나오고 특허를 받는 데만 또 2년 가까이 걸리더군요. 공들여 만들었으니 제품화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남편이 권했습니다.”

채 대표는 결국 2019년 탈리다쿰을 창업했다. 히브리어로 ‘소녀여, 일어나라’라는 뜻을 지닌 사명은 성경에서 따왔다. 화장품의 핵심 성분은 흰 민들레 부위 중 효능이 집약된 태좌부분에서 세포를 배양해 추출했다. 국내에서 원료를 채취하고 배양해 추출하는 작업을 거친 뒤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생산한다.

채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 “(K뷰티를 대표하는) 애경 집안 딸이니까 잘하면 본전, 못하면 망신”이라는 말을 했다. 이미 화장품 사업을 하는 애경에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은 이유도 “잘 해내지 못할까 봐”였다. “원하는 품질이 나올 때까지 긴 호흡으로 연구해 완벽한 제품을 내놓고 싶었어요. 애경에 부담을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채 대표는 지난 6월 가수로 변신해 화제를 뿌렸다. 디지털 싱글 ‘하얀민들레’를 발매하며 가수 겸업에 나섰다. 활동명은 ‘달해’. 이름의 ‘문(Moon)’과 ‘선(Sun)’을 한글 달과 해로 표현한 이름이다. 최근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를 열고 유튜버 활동에도 나섰다. 인기 연예인 모델을 쓸 만큼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브랜드 음원을 직접 제작하고 유튜브 홍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채 대표는 지난해 첫 제품을 출시한 후 올해 상반기 현대백화점과 세포라 등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내년부터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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