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입국 무비자 시범 정책 대상에 한국을 포함시켰다는 소식에 여행·항공 관련주에 더해 중국 소비 관련주들도 들썩였다. 한국인 대상 비자 면제가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승인될 예정인 대규모 부양안에 따른 수혜 기대도 더해졌다.
지난 4일 한국화장품제조는 전날보다 10.67% 오른 8만4000원에, 아이패밀리에스씨는 7.3% 상승한 1만94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3분기 중국에서 선방한 실적을 내놓은 아모레퍼시픽도 4.41% 상승하는 등 화장품 관련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JYP엔터(10.56%), 에스엠(7.31%), 큐브엔터(5.83%), 하이브(5.68%) 등 엔터테인먼트 종목과 CJ ENM 계열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3.68%) 등도 강세였다.
모두 중국 내 한국산 상품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날 때 수혜를 입어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5일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이 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 대한 중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1일 한국을 ‘비자 면제’ 국가에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오는 8일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의 일반 여권을 소지한 한국인은 비즈니스, 여행·관광 등을 위해 중국에 갈 경우 15일까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인의 중국 여행 수요를 확대할 이슈다. 실제 전날 증시에서는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 등 여행주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하나투어(6.04%)와 모두투어(16.8%)도 급등했다.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5.13%)과 티웨이항공(4.09%)도 상승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조치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한 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인 데다, 한국 정부가 비자 면제를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다.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에 견제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한·중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또 다른 전향적 조치를 기대할 만하다. 특히 오는 8일 종료되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에서 경기 부양안에 대한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경기부양 수혜 기대가 커졌다.
전인대 상무위는 전날 제12차 회의를 개막하고 닷새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 격인 입법기관으로, 정부 예산안을 의결하는 기능이 있다. 앞서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인대 상무위에서 승인될 중국의 재정지출 규모가 1조~3조위안(약 192조~5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10조위안(약 1930조원) 규모의 부양책이 확정될 것이라고 지난달 29일 전망하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인대 상무위 회의를 계기로 경기 부양 및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시 강화될 전망”이라며 “중국의 대표적 소비행사인 광군제를 앞둔 소비 촉진 정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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