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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반도체 식각장비 1위 기업 램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장비 제조사들이 '중국과의 이별'을 시작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기업은 최근 자사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지 않으면 공급업체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업체들은 투자자나 주주 명단에 중국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뉴욕주에 있는 반도체 처리시스템 개발사 비코 역시 공급엄체에 새로운 중국산 부품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내년 말까지 기존 중국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서면 지침을 보냈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미 당국의 개입 결과로 해석된다. 미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가 중국 공급업체에 기술 세부 사항 및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라이센스를 취득하도록 하는 규정을 지난해 도입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에게는 내년까지 현재 공급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임시 라이센스를 부여했다. 올 여름에는 모회사가 중국에 있는 중국 밖 공급업체도 이러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미 당국은 자국 및 동맹국 회사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통제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최근까지도 수출 통제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소환장을 받았다. 한국 자회사를 통해 중국 SMIC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수출했다는 혐의다. 올해 1분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45%에 달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WSJ에 "부품의 대체 공급처를 파악해 공급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제조 공급망에 속한 기업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산 부품 배제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슷한 가격에 대체 부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기업들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최대 고객사다.
중국 기업들은 곤경에 처했다. 선양포춘정밀장비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에 남품할 계획으로 올해 싱가포르 공장을 설립했으나, 아직까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공급 승인을 못 받았다. 선양포춘정밀장비 싱가포르 사업 담당자인 대니 로우 이사는 "공장의 (수출) 범위를 미국 장비제조업체를 넘어 전 세계 장비제조사로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중국 부품업체들도 3국에 합작회사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