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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양보한 野, 상법 개정 밀어붙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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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수용한 대가로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정부·여당에 청구서로 들이밀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 최대주주 할증제도 폐지 등에 반대하는 명분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 “연말 정기국회에서 주주 충실의무 조항을 (담아) 상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대책이라며 줄기차게 주장해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22대 국회 들어서만 관련 법안이 8개나 발의돼 있을 정도로 입법 의지가 강하다.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별도의 개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가 유예되든 폐지되든 상법 개정안 처리는 애초에 조건부로 달려 있었다”고 했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영미법계의 이사 신의성실 의무를 한국 상법에 무리하게 도입하면 미국에서처럼 소송이 남발돼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경협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상장회사의 1억달러(약 1380억원) 이상 규모 M&A(인수합병) 거래(1928건)를 분석한 결과 매년 거래의 71~94%가 주주 대표 소송을 당했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미국은 그나마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돼 소송 과정에서 이사들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만, 한국의 경우 이사 책임 면제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주 대표 소송뿐 아니라 배임죄 고발도 빈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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