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타버스 시장에서 안무가 지식재산권(IP)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안무 상품이 판매되면 수익에 비례해 안무 창작자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K팝 댄스가 제값을 받는 ‘안무 저작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댄스 IP 인프라 스타트업 무븐트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댄스 IP 상품 개발 및 판매 관련 계약을 맺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 안무 IP가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다. 무븐트는 네이버제트와 제페토에 ‘댄스 월드’(가칭)를 구축해 아바타 율동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제페토는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2000만 명 이상이 이용 중이다.
무븐트는 현대무용 전공자인 정의준 대표와 BTS, 세븐틴 등의 안무를 짠 스타 안무가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가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댄스 IP 유통과 안무가 인격권, 성명표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보호 등을 목표로 회사를 세웠다.
무븐트는 자체 개발한 3차원(3D·입체영상) 모션 캡처와 관련 딥러닝 기술로 댄스 저작권을 확보한다. 댄서의 안무를 고품질 애니메이션 콘텐츠로도 제작한다. 정 대표는 “첨단 정보기술(IT) 활용과 업계의 공감대 형성으로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댄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안무는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싸이 ‘강남 스타일’의 말춤이 대표적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선 안무 활용 수준이 높아졌다. 유튜브, 틱톡의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로 음악을 알리는 방식이 퍼지며 ‘포인트 안무’가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작곡가, 작사가 등만 수익을 챙기고 있다. 안무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서다. 안무가는 안무를 짜 업체에 제공하고 용역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에선 법적 분쟁도 벌어졌다. 미국의 유명 안무가 카일 히가나미는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자신의 안무를 2초가량 베껴 게임 캐릭터 감정 표현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2초 정도의 동작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정이 뒤집혔다. 2초짜리 안무도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1000여 종의 댄스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선 머지않아 안무 IP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YG·JYP엔터테인먼트 대표들은 안무 저작권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 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안무가들도 안무 저작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K팝 안무가와 산업계, 법조계 인사가 뭉쳐 한국안무저작권협회를 설립했다.
김주완/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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