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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캐' 찾았어요"…'인문학 작가' 변신 특수통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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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몸가짐 하나하나 조심해야 하는 공직의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당분간은 글을 더 쓰고 싶습니다. 쓰는 동안 배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게 그저 좋더라고요.”

27년6개월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자유인’이 된 임관혁 전 서울고등검찰청장(58·사법연수원 26기)을 4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났다. 한때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 그는 이제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STX그룹 비리, 자원외교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강골 특수통’의 진짜 모습은 역사와 인문학을 사랑하는 ‘글쟁이’였다. 최근 <임관혁이 쓰는 인문학 속의 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을 “보고 들으며 오감으로 느끼고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지방 검찰청으로 발령 날 때면 주말마다 각지의 문화유산을 찾아 여행하듯 살았다고 한다. 경북 예천, 전남 화순 등에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문화유산이 풍부한 답사지를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대부분 그가 직접 찍은 것이다.

나태주 시인과의 인연도 이런 문화 사랑에서 시작됐다. 2011년 9월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임 전 고검장은 당시 공주문화원장으로 있던 나 시인을 만나 12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임 전 고검장은 지난달 11일 검찰 퇴임을 앞두고 사직 인사에 나 시인의 시 ‘안부’를 인용했고, 나 시인은 그의 책 추천사를 흔쾌히 썼다. 나 시인은 추천사에서 임 전 고검장이 공주지청을 떠날 때 현지에서 만난 문화계 인사 한 명 한 명에 대한 시를 직접 써서 건넨 일화를 소개하며 “정직한 이웃으로, 정다운 형제로, 의로운 공직자로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오늘의 검찰은 이래야 한다”고 평했다.

3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을 돌이킨 임 전 고검장은 “법률가로서의 삶에 청춘을 다 바쳤다”며 “이제는 후련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위기라는 얘기는 20년째 들어왔지만 지금이 최대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치적 대립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검찰의 처분이 “법리적으로는 공감되지만, (정치·사회적)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사직 글에서 “검찰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며 인지 수사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임 전 고검장은 “(검수완박에 대항한) 검수원복 과정에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 등을 만들어 인지 수사 부담을 늘렸는데, 경찰이 할 수 있는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수사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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